코로나와 함께한 2년은 정말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가끔은 그 시간 동안 내가 꿈을 꾼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가 지나가면’이라는 말은 더 이상 듣기 힘든 말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과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조금씩 오르던 주식이 기약 없이 하락하는 듯한 기세로 코로나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다. 도무지 그 하락하는 차트가 그려지질 않는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무딘 시민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랬던 나에게 코로나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친한 친구의 코로나 확진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던 나의 친구가 코로나에 걸린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물론 직장 동료를 비롯한 건너 건너 누군가의 확진은 몇 차례 경험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그것도 나의 가장 친구인 그녀의 확진은 내게 큰 위기감을 안겨주었다.
코로나에 감염된 경로
- 친구 D의 경우는 평범한 직장인 남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취미로 운영 중인 밴드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하곤 했는데 추측에 의하면 그 경로를 통해 코로나에 옮아 왔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고, 한 장소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항공사 등 공식적인 석상을 제외하고 보통의 일상에서는 스스로 파악하고 격리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그랬던 터라 동거인인 D의 감염은 불가피했고 그녀는 2주 동안 사회적으로 단절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 두 번째 친구 Y의 감염 경로는 사실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녀가 PCR 검사로 양성이 나온 그날, 우리 중 누군가는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수업을 들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우리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약 100유로에 달하는 사비를 들여 PCR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다음날 모두가 음성의 결과를 받았다.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친구의 남편은 Y의 코로나 확진이 있던 그날 친구를 보기 위해 독일로 왔고 (그 사실을 모른 체) 코로나에 걸렸다. 그렇게 장거리 부부였던 그들은 2주라는 시간 동안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간만의 동거를 했다.
- 마지막 F라는 친구는 룸메이트를 통해 감염되었다. 그녀의 룸메이트인 A는 독실한 무슬림교 신자였으며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만큼 철저한 삶의 원칙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코로나에 감염이라니??? 우리는 모두 입을 쩍 벌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슬프게도 감염이 되고 며칠이 지난 뒤였고 욕실과 부엌을 공유하던 내 친구 F를 비롯한 P는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의 결과를 얻었다. A는 자신의 감염 경로를 다른 룸메이트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가격리 중에도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겼다. 아주 황당한 그의 대처로 인해 억울한 추가 확진자가 생긴 것이다.
코로나 걸린 그 후
- 대학교
3G-Regel이란 : 백신 접종자, 그리고 회복되어 PCR 검사를 받은 사람에 한해 특정 장소의 출입을 허용하는 것.
2G-Regel이란 : 백신 접종자, 그리고 회복한 사람에 한하여 실내 공간 출입을 허용하는 것. 여기에서 Test의 음성 확인 결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코로나 걸렸을 때 대처 및 치료
- 정신적인 피해 및 아픔
코로나 확진 6만 명 독일, 실제 삶의 모습은?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늘었다. 한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채운 독일 코로나 이야기는 단연 걱정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코로나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자칫하면 나도 걸릴 뻔도 했고 그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으나 그래도 나는 잘 지낸다고 말한다.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 이겨내며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지만 삶의 행복은 여전히 존재했기에.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어 거리의 분위기가 다운된 것, 짙은 독일의 겨울이 이번만큼은 조금만 늦게 왔으면 하는 것, 2g regel로 인해 학교 행사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긴 것… 등을 제외하고는 삶이 그래도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 이 삶 속에 웃을 일들은 여전히 있다. 유독 긴 독일의 겨울을 나는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우울과 죽음이 더 짙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푸린 인상은 펴고 내려놓은 희망은 다시 주워 가슴에 품으며 사는 이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거대한 지구의 공동체 과제를 끌어안은 지금, 개인과 사회가 기울이는 노력 속에 빛은 언젠가 올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Ich hoffe, dass sie alle gesund bleiben.- 작가: 물결 / 예술가
독일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예술심리치료사. 재미있게 사는 것이 좋은 사람.
- 본 글은 물결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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