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코: 안녕하세요, 구코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상현: 안녕하세요. 독일에서 라는 회사를 운영 중인 차상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2016년에 양조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에 오게 되었습니다. 독일어부터 시작하여 뮌헨공대의 양조학과 (Brauwesen mit Abschluss Diplom-Braumeister) 졸업을 했고 지금은 HARU SOJU라는 한국 전통소주를 독일 쾰른에서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구코: 뮌헨 공대에서 Braumeister를 전공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보통 어떤 것을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보통 이 학과를 전공하면 어떤 분야로 취업을 하나요? 맥주, 위스키 등을 제조하는 분야로 진출하나요?
차상현: 독일에서 제가 전공했던 양조학은 맥주 제조법이나 레시피에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대학에서는 미생물학, 화학, 열역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양조학과 관련하여 깊게 다루게 됩니다. 이 곳에서는 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양조의 장인정신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졸업 후에는 많은 학생이 맥주 양조장으로 취업을 하지만 음료회사나 음료 장비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과는 졸업을 위해서 최소 15개월의 현장 실습이 필수인데요. 그렇기에 최소 양조장에서 프락티쿰을 하거나, 아예 아우스빌둥을 하고 입학하는 경우도 많아서 졸업 후에는 자신이 일했던 회사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양조장 집안의 학생들은 가업을 물려받는 일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위스키 증류소에도 Braumeister들이 있는데, 이처럼 증류소에 취직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같은 과 출신들이 일하고 있는 경우도 봤습니다.구코: 요즈음 독일에서 많은 한국 분들이 창업을 하고 있는데요, 전통 소주라는 창업 제품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과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전통 소주를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하셨나요?
차상현: 저희의 목표이기도 한데 유럽에 사케나 고량주처럼 좋은 한국의 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제 아내는 전통주의 빅 팬이었습니다. 저의 아내는 한국에서 막걸리학교라는 전통주 교육기관의 중급, 상급 교육도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함께 여러 방식으로 막걸리도 자주 만들어봤는데요. 특히 독일 생활 중엔 제가 학교에서 배우는 독일의 양조학을 한국 전통주에 적용시키면서 한국 술에 대한 이해도도 늘었습니다.
이러한 독일생활 중에 술의 종류와 브랜드가 엄청나게 다양한 유럽에서, 한국 술의 이미지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곳에 유통되는 살균 막걸리나 녹색병 소주가 한국의 전통과 정성을 담았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접하는 녹색 병의 소주는 희석식 소주라고 불리는데 보통 전통누룩이 사용되지 않고, 타피오카 등의 전분에서 추출한 약 96%의 알코올 주정에 물을 희석하고 감미료를 넣고 만들어집니다. 사실 제조과정을 보면 증류식 소주인 전통소주와 희석식 소주는 다른 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재료부터 제작방법까지 다릅니다. 물론 저도 사람들과 삼겹살이나 회에 녹색병의 소주를 즐겼던 좋은 추억이 많고 이런 문화 자체는 아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술들이 유럽에서 말 그대로 한국의 “좋은” 술을 선물하고 싶을 때 권하기는 힘든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케나 고량주 같은 술은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각 나라의 전통이 상상되고 정성이 느껴져서 고급술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말이죠. 한국에는 이미 좋은 전통주들이 많고, 특히 요즘은 한국 전통주를 만드는 젊은 양조장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지만 유럽까지의 유통은 아직 행정적, 기술적 문제들이 많아서 수입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한국의 우수하고 전통을 담고 있는 술을 직접 만들고 싶었습니다.구코: 제조 과정이 궁금합니다. 독일에서 어떻게 한국의 전통 소주가 제조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차상현: 저희가 꼭 알리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희 소주는 알코올 주정을 섞지 않고 직접 만든 소주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소주는 막걸리를 증류하여 만듭니다. 저희는 직접 쌀을 찌고 한국에서 공수한 전통누룩을 사용하는데요. 물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서 삼투 처리된 연수를 사용합니다. 더 안정적인 발효를 위해 이양주 방식으로 막걸리를 제작하는데, 발효를 마친 막걸리를 상압 증류하여 소주를 만들게 됩니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원소주나 화요 같은 소주와 저희 소주는 증류장비가 달라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원소주나 화요는 감압증류기를 사용하는데 기분 좋은 소다향같은 프레쉬한향이 있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저희 소주는 위스키를 만드는 상압증류기에 증류하여 재료의 다채로운 향을 담아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주가 증류되면 저희는 독일의 옹기인 Steinzeug을 사용하여 숙성합니다. 우리나라의 옹기는 전통적으로 김치, 고추장 등을 숙성하는데 사용되었고 막걸리의 발효나 소주의 숙성에도 사용됩니다. 한편 독일에서도 독일의 대표 발효 음식인 사워크라웃을 만들기 위해 흙으로 구워 만든 항아리에서 발효하는데요. Steinzeug 라고 하는 이 항아리는 한국 옹기와 제조과정과 사용 목적이 유사합니다. 이 독일의 옹기 Steinzeug에서 숙성시키면 HARU SOJU가 완성됩니다.구코: 시음 행사를 해 보셨을 것 같아요, 독일 사람과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시음을 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차상현: 일반적으로 한국인분들은 당연히 녹색병 소주에 대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우선 음미하시면 녹색병 소주와 다르게 막걸리 향이 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하십니다. 그리고 증류식 소주를 이미 접해보신 분들은 뉴욕에서 유행하여 증류식 소주 붐을 일으켰던 토끼소주와 비슷한 결이라고 느끼시곤 해요. 독일분들은 아무래도 아예 생소한 술이다 보니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많아서 어울리는 음식이나 음용법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결을 찾으시다가 고급 테킬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피드백도 들어봤어요. 그래도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피드백의 키워드는 곡물의 구수한 향과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이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구코 인터뷰] 독일 MBA와 베를린 스타트업 취업에 성공한 순수 국내파의 인생 도전 일기
[구코 인터뷰]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작가 정관영을 통해서 들어보는 예술가 비자에 대한 정보와 미대 준비 방법
구코: 독특한 창업 아이템이지만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는 것에도 부담이 많으실 텐데요, 초기 사업 전략, 타깃고객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요?
차상현: 지금은 극 초반이라 제가 직접 세일즈도 하고 자체 온라인숍에서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품의 노출이 중요한 상태라 온라인 마케팅도 하고 있고 먼저 유럽의 한인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한식 레스토랑에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프리미엄 제품이기에 고급바, 고급식료품점, 백화점 등의 유통을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고 그곳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다른 주류들도 소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희 소주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술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고급 선물세트들도 계속 준비 중입니다. 사실 사업 구상부터 행정처리까지 하며 판매 가능 상태까지 오는데도 쉽진 않았습니다. 마케팅도 저에겐 새로운 높은 산인데요. 일단은 시도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하나하나 배워가며 진행하고 있습니다.구코: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가 독일에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의 전통 소주가 독일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사케와 고량주와 같이 즐겨찾는 아시아의 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 혹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차상현: 먼저 한국 전통소주에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주를 이미 알고 계신 분들에게는 전통소주와 녹색병 소주와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고, 한국 술에 대해 모르시는 분께는 한국 술에 대한 인지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전통술 이미지의 고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급화를 위해선 결국엔 이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할것 이구요. 사케나 고량주만 봐도 바로 연상되는 장인정신이 우리 술에도 깃든다면 자연스레 아시아의 술로 자리잡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많이 노출되는 것도 방법이기에 한국 전통주 시장의 파이도 커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여러 좋은 전통주들이 수입되거나 생산되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구코: 회사명인 하루프로젝트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리고 제품의 이름을 하루 소주(24%)와 하루 소주 미드나잇 (41%)로 정하셨는데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있나요?
차상현: HARU는 우리의 술로 오늘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의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쉬운 단어이기도 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하였는데 첫 번째 제품을 소주로 시작하였지만 앞으로 막걸리나 청주 등 한국의 다양한 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기에 브랜드 이름을 ‘하루 프로젝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소주의 이름도 회사명이 들어가게되었구요. 고도수의 소주는 좀 더 어둡고 조용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고 싶어 부제목으로 하루의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 중 어두운 시간의 한가운데 있는 미드나잇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구코: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은 녹색 소주병이 너무나도 친밀한데요, 부담 없는 가격도 한 몫을 할 것 같습니다. 일반 소주에 비하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요, 하루 소주를 선택하는데 망설이는 잠재 고객들에게 하루 소주를 왜 꼭 마셔봐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차상현: 하루소주는 기존에 생각하시는 녹색병의 소주와는 다른 술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경쟁제품을 녹색병의 소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녹색병의 소주와는 재료, 제조방법, 비용, 타깃층 또한 다릅니다. 오히려 사케나 고량주 혹은 위스키가 저희의 경쟁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하루소주를 통해 독일에서 한국 술을 소개하고 자랑스럽게 선물할 만한 술로 여겨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맛에 대한 특징을 부연설명하자면 보통 녹색병의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 부즈를 가리기 위해 차가운 상태로 마십니다. 미지근한 소주를 마셨을때 알코올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소주도 차갑게 마시면 상온에서 보다 향이 조금 가려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소주를 상온에서 마시면 전통누룩과 쌀에서 오는 깊은 곡물의 향을 느낄 수 있고 나중에는 안정적인 발효에서 오는 부드러운 흙, 은은한 꽃 향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무겁다고 느끼시는 경우에는 냉장고에 보관한 차가운 잔에 소주를 따라 드셔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소주 자체를 아예 차갑게 드셔도 가벼운 느낌으로 드실수 있습니다. 하루소주는 이렇게 녹색병의 희석식 소주에서 기대하는 맛과 향이 다른, 한국 전통의 향취를 담아 제작하고 있으니 오늘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색다른 경험이 될것이라 생각합니다.구코: 인터뷰 감사합니다. 새로운 분야의 창업, 새로운 도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응원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하루 소주를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구텐탁 코리아 회원을 위한 특별 이벤트 4월 11일까지 하루 소주를 구매하실 때 아래 코드를 입력하시면 10% 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주문
- 10% 할인 코드: GTKXHARU (결제 시 Rabattcode 칸에 입력하면 됩니다.)
- 코드는 고객당 1회 사용 가능하고 4월 11일까지 유효합니다.
- 본 기사는 하루 소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고 발행되었고, 하루 소주 구매 시에도 구텐탁 코리아는 금전적 이익을 얻지 않습니다.
- 작성: Isaac
- ⓒ 구텐탁코리아(//www.gyrocarpu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거나, 추가로 기사로 작성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메일로 문의주세요 (문의 메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