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근교 도시에 잘 나가지 않는다. 언제든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가까운 곳의 매력을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1-2년 사이 코로나 락다운이 반복되면서 이곳 독일 남부의 로컬 매력을 찾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혹은, 곧 여기를 떠날 예정인 사람들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다 떠난다. 이제 와서야 다급히. 사람은 미지의 먼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뿐, 손에 닿을 것들은 따분하고 사무적인 일상의 테두리로 묶어버린다.
최근 아끼는 친구 두 명이 연달아 어머님을 멀리 보내드렸어야 했다. 그중 한 명은 6개월 전에 아버님을 보내 드렸으니, 당사자 마음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수년의 투병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떠남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황망하다. 이제야 죽음이란 개념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철없던 시절엔 환자들의 죽음도 추상적이었고, 동생의 죽음도 그냥 덮어놓았을 뿐이다. 애도하기엔 너무나 멀고 무서운 것이었다.
두 번 연속 카카오페이로 조의금을 보내고 위로랍시고 카톡 문자를 보냈다. 멀리서 조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안타까움 이후엔, 내 부모님 생각을 더 많이 그리고 몰래 하고 있었다. 애정 표현이 그다지 없어도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관계이지만, 부모님과의 거리를 짚어볼 나이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계 이전에 가장 가까웠던 관계의 거리를 거닐면서 정녕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 작가: 익명의 브레인 닥터 / 의사
말보다 글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13년 차 신경과 의사입니다. 우연히 코로나 시대의 독일을 겪는 중입니다.
- 본 글은 익명의 브레인 닥터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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