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위해 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밤 9시 이후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빛 노출이 수면-각성 사이클에서 중요합니다. 아침에 기상 후부터 빛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사무실 창문 옆이나 실내조명을 최대한 밝게 하는 게 중요하고, 필요하면 라이트 박스를 구입하여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빛을 최대한 쬐고 수시로 몸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겠죠. 취침 시각 2-3시간 전까지는 편하게 운동 타임을 잡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최대한 가볍게 식사를 하세요. 야식은 위식도 역류 현상을 유발합니다.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이 분비되는데, 취침 시각 근처에 분비된 위산은 식도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식도의 점막을 자극합니다.
수면 위생(Sleep hygiene)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내용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잠자리에서 독서도 기피 대상입니다. 반복적으로 침대에서 책을 읽으면 뇌가 ‘잠자리 -> 독서 행위’라고 무의식적으로 세뇌하여 ‘잠자리 -> 수면’ 알고리즘을 삭제해버립니다. 침대에 누웠는데 3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더 누워있지 말고 다른 공간으로 나오셔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졸릴 때까지 기다린 후 침실로 다시 들어갑니다. TV를 봐도 괜찮습니다(침실에는 TV가 없는 것이 좋겠지요). 수면에 대한 강박을 지울 수 있고 좋아하는 것, 너무 신경을 흥분시키지 않는 잔잔한 것이면 뭐든 괜찮습니다. 그 와중에도 빛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면 더욱 좋습니다. 침대에 오래 누워있다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침대에 계속 누워있으면 ‘잠자리 -> 수면’이라는 자동화된 뇌 공식이 또다시 흔들립니다. 수면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불면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시작되는 분이라면 뇌의 무의식(수면에 대한 잘못된 자동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의식적인’ 노력을 반복하셔야 합니다.
수면 인지 행동 교육에서는 이런 수면 위생 지침에 대한 교육을 기본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반복되는 수면 불량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와 불안을 달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경과 클리닉에서 이 교육을 하다 보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불면증 저변에 깔린 심리적인 배경에 대해 자각하는 효과가 컸습니다. 상담 교육을 통해 이 부분을 드러내고 -> 인지하고 깨닫고 -> 배우면서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분들이 불면증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진료실을 나갑니다.
불면증 자가 치료 방법, 수면 보조 식품 혹은 일반 의약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는 환자 개인의 맥락이 생략되어 피상적인 경우가 많아 도움에 한계가 있습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수면 보조제에는 항히스타민 혹은 멜라토닌 성분이 함유된 것이 가장 많은데, 어쩌다 경험하는 급성 불면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만성 불면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볼까요?
코로나 판데믹같이 사회적 거리 유지가 중요할 때는 온라인 접촉이 사회적 관계를 지탱해줍니다.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들이 소셜 미디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은 뇌에 도움이 됩니다). 오프라인 접촉과 다른 면이 분명히 있지만 온라인 접촉을 잘 활용하여 고립감을 줄이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단톡 창, 페이스톡, 인터넷 카페가 없었다면 코로나 판데믹을 어떻게 견뎌냈을까요. 연락한 지 오래된 친구와 SNS를 통해 다시 만나는 것도 뇌에 도움이 됩니다. 한동안 멀어져 있어 서먹한 감정도 온라인에서는 쉽게 무마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체 분석과 같은 분자진단을 바탕으로 하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와 임상 빅데이터를 매칭시켜 개인별 맞춤 의료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의료가 진화하는 방향 또한 경제성인데,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비용을 낮추고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은 대부분 만성 질환이고, 질병은 진단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합니다. 정밀 의학을 통해 진단 시기를 앞당기며 예방에 더욱 방점을 둘 것이고, 본문에 언급한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전략이 나오겠지요.
- 작가: 익명의 브레인 닥터 / 의사
말보다 글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13년 차 신경과 의사입니다. 우연히 코로나 시대의 독일을 겪는 중입니다.
- 본 글은 익명의 브레인 닥터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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