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봉쇄 속 혼자 사는 자취생의 살기 위한 몸부림
나는 일찍부터 부모님 집을 떠났다. 고등학교 3년은 기숙사, 그 뒤 대학생활부터 쭉 지금까지 계속 혼자 살고 있으니 자취생활 12년이 훌쩍 넘은 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요리를 하지, 이렇게 매일같이 집에서 요리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부분 봉쇄 속, 레스토랑에서 식사는 금지되었고, 배달만 가능한데 한국의 배달의 민족과 같은 어플인 Lieferando가 있지만 보통 한 번 시켜 먹으면 한 끼에 15유로는 그냥 훌쩍 넘어버린다. 사실 부분 봉쇄가 되기 전부터 독일에서 혼자 가게에 가서 매번 밥을 먹기에 심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부담을 느꼈던 나는 조금씩 나의 레시피를 넓혀 가고 있다. 자취생활이 10년이 넘었어도 자주 해 먹던 음식은 떡볶이, 볶음밥, 삼계탕, 카레, 어묵탕, 된장찌개, 미역국, 샤부샤부, 밀풰유 나베, 샌드위치, 호떡 정도였으니 레시피를 넓혀 갈 필요성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우선 먹고 싶은 음식들을 그때그때 만인의 요리 선생님이신 백종원 아저씨 레시피를 찾아서 해보고 내 입맛에 맞게 조금씩 양을 조절해서 아이패드에 저장 중이다. 새롭게 시도한 음식들은 닭볶음탕, 마약계란장, 어묵조림과 감자조림, 떡만둣국, 김밥, 파스타, 그리고 감자고추장찌개 등이다. 감자가 주식인 독일에서 감자가 들어간 한식을 시도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임에 틀림없다. 감자 한 봉지에 보통 2kg 정도 하는데 2유로도 거진 안 하니 감자를 많이 사 먹을 수밖에 없다. 흠, 다음에 슈퍼를 가면 감자를 갈 강판을 찾아봐야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갑자기 감자전이 확 당긴다. 감자전은 밀가루 없이 감자만으로도 전을 만들 수 있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한 번 시도해 봐야지.
자취생들의 기본 요리인 파스타를 나는 아주 늦은 이 시점에 시도해보았다. 쉬운 요리 중에 하나라는 파스타지만 나에게 있어서 면을 끓일 냄비와 소스를 버무릴 프라이팬,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월의 봉쇄 직전에도, 이번 부분 봉쇄 직전에도 밀가루와 함께 파스타 면과 파스타 소스가 거진 슈퍼에서 동나는 사태를 보고 덩달아 나도 한 두 개씩 챙겨보았기에 쌀만 먹다 질렸을 무렵 파스타를 해 먹어 보았다. 맛은 있었지만, 뭔가 나는 내가 한 파스타보다 밖에서 사 먹는 파스타가 더 맛있는 것 같다. 아 아니다, 조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새언니가 해주던 파스타가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인 것 같다. 그런 맛은 아직 내 솜씨로는 이른가 보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새언니한테 물어봐야겠다, 파스타 비법을.
- 작가: 몽글맹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쓰면서 정리합니다. 주로 독일에서의 일상 및 매일의 삶 속에서 언젠가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을 작고 소중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 본 글은 몽글맹글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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