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독일살이의 장점에 대해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분께서 “아이 키우기 좋아서”라고 답변하실 것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제도도 한 몫을 하지만, 아이가 실제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터 문화도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아빠로서 독일 놀이터의 어떤 부분이 아이에게 좋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독일 놀이터의 일반적인 특징과 유지관리
독일 놀이터는 거의 모든 시설이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햇빛이나 비바람에 쉽게 상하기 쉬운 플라스틱보다는 따듯한 느낌이 나는 목재로 놀이터를 짓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독일 놀이터 설계는 DIN 표준에 명시된 안전 규정만 지킨다면 놀이터의 형태나 디자인에 제한적인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네마다 비슷한 놀이터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만큼 그 놀이터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 DIN 표준에는 일반적으로 놀이터에 요구되는 안전 요구사항, 그네나 미끄럼틀, 회전목마, 시소 등에 시설물에 대한 안전 요구사항, 놀이터 시설의 검사와 유지 관리, 놀이터 시설 설계와 운영에 대한 요구사항과 정보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한번 지어진 놀이터는 3가지 방식으로 점검이 이뤄집니다. 첫째, 육안으로 직접 검사하는 검사입니다. 이는 기상조건이나 외력으로 인한 놀이터 시설물의 파손 등 눈에보이는 결함을 식별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둘째, 시설물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직접 검사하는 것입니다. 이는 육안 검사보다 더 세밀한 검사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연간 정기 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놀이터마다 12개월의 간격을 두고 놀이터의 모든 시설의 작동상태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독일 놀이터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와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습니다.2.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독일 놀이터
공간을 다루는 건축을 하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독일 놀이터에 놀러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단순히 미끄럼틀이나 그네와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위에 있는 미끄럼틀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잘 설계되어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미끄럼틀까지 가는 과정을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계단보다는 온몸을 사용해야 겨우 오를 수 있는 높이로 계단이 설계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가 무서움을 느낄 정도의 높이를 극복하고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나오기도 합니다. 때때로 아이들은 이런 곳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며, 부모나 자기보다 큰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일 놀이터에 아이와 함께 놀러가면 부모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기 힘듭니다. 아이 곁에서 지켜보되, 도움이 필요할 때 아이가 안전하게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일 놀이터에 가보면 아이를 밑에서 따라다니는 부모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놀이터는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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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일 놀이터와 한국 놀이터
한국의 놀이터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우레탄 재질 바닥에 화려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놀이시설입니다. 놀이터에 설치된 놀이시설의 높이도 대체로 낮고, 미끄럼틀에 설치된 계단도 아이의 신체사이즈에 맞춰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미끄럼틀 위에는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져도 폭신한 우레탄 재질의 바닥에서는 크게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모가 아니기 때문에 신발이나 옷이 더러워질 여지도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치 한국의 놀이터는 부모의 도움 없이도 아이가 안전하고 깨끗하게 놀이 시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잘 계획된 공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독일의 놀이터는 기본적으로 아이의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놀이시설이 설치되어있고, 거의 모든 야외 놀이터가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놀이터 안에는 안전을 위해 아이들의 행동에 제한을 두는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끄럼틀 위를 거꾸로 올라가든, 놀이터 지붕에 올라가든 이 공간 안에서 아이들은 놀이에 대한 행동에 제약받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가져와 모래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같은 놀이터지만, 독일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놀이에 대한 선택폭이 더 넓은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4. 적재적소에 배치된 놀이터 문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는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같은 곳에 적절히 배치된 놀이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고랜드의 경우,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기다리면서 즐길 수 있는 놀이터나 놀이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있습니다. 동물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숭이 우리가 있는 곳 앞에는 원숭이처럼 밧줄을 타고 다닐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 시설이 있기도 하고, 코끼리 우리 앞에는 코끼리 코를 미끄럼틀 삼아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재적소에 배치된 놀이터 문화는 아이들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는 동시에 부모에게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숨통 역할을 하여, 결과적으로 가족이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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