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독일로 이직이나 스카우트가 되셔서 오시는 분들, 독일 대학 진학을 위해 유학 오시는 분들, 그리고 독일 현지에 취업하여 정착하시려는 분들 등 독일로 이민 오시려는 이유와 각자의 상황은 다양합니다. 주재원 혹은 해외 이직이 되어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독일로 이주하시는 경우 금전적인 부담이 덜하지만, 그런 지원없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이주하는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이민이 실패로 끝난다면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과 소중한 시간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가족의 실제 이민 실패사례를 중심으로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처음엔 누구나 저먼드림을 꿈꾼다.
이민을 결심하고 독일 땅을 밟게 되면 빡빡했던 한국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드디어 워라벨을 누릴 수 있는 유럽의 삶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클 것입니다. A 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에서 곧 그룬트슐레에 들어갈 6살짜리 아들에게 좀 더 여유로운 학교생활을 선사해주고 싶었고, 가족과 더 많은 자유로움을 누릴거라는 생각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잡아서 온 것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큰 돈을 들여 사업체를 꾸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A 가족이 합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비자는 취업 비자도, 사업 비자도 아닌 1년짜리 어학 비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학비자 기간동안 열심히 독일어를 공부한 후에 바로 현지 취업을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에 독일어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초반의 다짐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결국 어학원을 하루, 이틀 빠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A1 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채 도중에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어학 비자 기간은 끝났고, 외국인청에 사정사정해서 임시비자를 받았지만 이민에 실패하여 돌아가야한다는 불안이 늘 자리했습니다.
독일로 이민올 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이직입니다. 하지만 A 가족처럼 어학부터 시작해서 정착하려고 한다면, 독일어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학 비자에 유학 준비 비자나 임시 비자 기간을 합쳐서 2년까지 합법적으로 체류(독일의 지역과 관할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음)할 수 있지만, 서류상 공식적인 어학비자 기간은 단 1년 입니다. 이 1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길지 않습니다.
독일 현지에서 매일 4시간(주 5일)씩 진행되는 독일어 인텐시브 코스(독일어를 강도 높게 배우는 코스)를 A1부터 시작해 A2, B1, B2, C1까지 한번에 다 통과한다고 했을 때 순수하게 걸리는 시간이 10개월입니다. 여기서 도중에 한번이라도 탈락한다면 2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학비자 기간인 1년이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에서부터 독일어 공부를 미리해서 B1정도까지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독일에서는 B2부터 수업을 들어도 무방하기에 그만큼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남는 비자 기간 동안 여유롭게 구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2. 다른 한국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은 오히려 독.
A 가족은 독일어 공부를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좀 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씁쓸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한인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독일에 있지만 한국말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A 가족은 교회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시간도 많이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주위의 한국사람들은 이미 독일 이민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자신처럼 아직 정착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그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였습니다. A 가족은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이 아직 없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타지에서 한인교회는 교회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많은 교민분들께 교회는 독일 생활의 버팀목이자 신앙 생활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부분 안정적으로 정착한 교민분들께 해당됩니다.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지 못했더라도 본인이 진심으로 신앙심을 지키고자 한다면 한인교회는 분명 심리적인 안정 뿐 만아니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교민분들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한인교회를 찾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앙생활이 아닌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교회 생활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거나 각종 활동으로 인해 당장 해야 하는 독일어 공부 시간을 뺏기는 등 독일에 정착하는데 있어 자칫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적응하지 못하면 스스로 고립되기 마련
시간이 지나도 독일어가 크게 늘지 않았던 A가족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은 바로 독일어로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룬트슐레에 입학하면서 독일어를 써야 하는 순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독일어로 간단한 소통이라도 가능하면 선생님께 이리저리 물어보고 다른 부모들과도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없는 독일어로 선뜻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눌한 독일어로 말했다가 괜한 망신살이 뻗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A가족은 독일사회로 스며들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독일 내 한국사회가 더 편하게 느껴졌고, 집에서도 한국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살고있는 곳만 독일로 변했을 뿐 모든 것은 한국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일로 이민을 왔다면, 독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툰 독일어로 말했다가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시도해보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독일어 공부를 하는 것, 독일 뉴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 독일인 이웃과 소통하는 것과 같은 모든 것들이 독일 사회에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독일로 이민을 왔음에도, 오히려 더 작은 독일 안에 한국에 갇혀있고자 한다면 이민을 왜 왔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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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독일 정착의 첫번째 조건 – 취업
A 가족이 어학비자기간 동안 독일어를 소홀히 했지만, 비자 담당자의 배려로 어학비자 이후 1년간 임시비자로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임시비자 기간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직장도 구했습니다. 연봉을 꽤 높게 합의를 해논터라, 이제는 지긋지긋한 어학비자를 블루카드로 바꿀 일만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취업되느냐 안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독일어로 처리해야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직원들은 회사 대표에게 컴플레인을 걸기 시작했고 취업한지 두달도 채 되지않아 해고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여러차례 구직을 시도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더 이상 연장할 수 있는 비자도 없었습니다. 결국 A 가족은 이민 실패를 뒤로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민을 온 이상, 독일 사회 속에서 산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독일어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학비자를 받은 A 가족이 첫 마음가짐 그대로 열심히 독일어를 공부했다면 상황은 아마도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어학비자부터 이민을 시작하는 사람이 독일어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기는 딱 1년간의 어학 비자 기간 뿐입니다. 1년 후에는 취업을 하던, 학교에 다니던 일과 학업에 치어 독일어 공부를 따로 시간내어 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초반 1년을 보냈느냐가 앞으로 독일이민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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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 궁금해서 들어와 읽었는데, 그냥 다른 가족의 실패담 뒷담화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