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응급실 또는 일반 소아과가 아닌 병원에 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무서운 일이다. 하물며 이 시국이 어떤 시국인가, 연일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한 뉴스는 2년이나 지났으니 무뎌질 만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코로나 중증환자 뉴스는 여전히 무섭고 이 시국이 끝나기 전에는 병원 갈 일은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이제 27개월에 막 접어든 아들을 키우는 우리 부부도 코로나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확진자 수가 늘어 났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 보육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화요일 아이를 막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집으로 다시 온지 한시간쯤 지났을 무렵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영유아 반에 확진 된 아이가 발생 했으니 아이를 데려가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혹시나 우리 아이가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과 확진 된 아이가 있는데 이 정보를 나중에 통보 받고 아침에 아이들을 받은 어린이집의 태도에 원망과 짜증이 가득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의 작은 에잇취 소리에 조차 화들짝 놀라며 아이의 상태를 체크 하기를 여러번, 그렇게 밤이 되었다.
악몽은 밤이 되자마자 시작됐다. 갑자기 아이가 기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갑자기 시작된 기침은 점점 강도가 심해져 잠이 들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 꼬박 밤을 새웠다. 신랑과 밤새도록 기침 소리를 듣고 분석하며 아마 집에 먼지가 많아서 먼지 알러지 같다는 황당한 추측을 해가며 아침을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마자 달려간 소아과에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집에 와서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이제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겪어 본 그 고난의 시간이었다. 당연히 아니겠지… 아니겠지…아닌가? 아닐 꺼야… 아닌게 아니면 어쩌지로 이어지는 그 시간.
불행히도 아이의 기침은 점점 더 심해 졌으며 열도 오르기 시작했다.
38도, 39도, 40도… 체온계 앞자리 4자를 보는 순간 덜컥 내려 앉는 마음을 진정할 새도 없이 열은 41도까지 올라갔다. 신랑은 아무래도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정말로 병원 가는 것이 너무 걱정되고 괜히 갔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아이에게 미안해서 어쩌냐며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밤새 젖은 수건을 갈아주며 버텼다.
다음날 코로나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아이의 기침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 작은 몸이 기침으로 흔들릴 정도로 점점 기침이 심해졌고 열은 해열제를 투여해도 39.5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또다시 소아과를 찾았다.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일단 코로나는 음성이 나왔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에 약간은 안도를 하며 신랑에게 응급실 안 가길 얼마나 잘했냐며 괜히 갔다가 다른 아이에게 코로나 감염 됐을 수도 있다고 내 판단이 옳았다고 자신했다.
사실 내가 이토록 독일 응급실을 꺼리는 이유는 아이가 돌쯤 됐을 때의 응급실에 대한 악몽같은 기억 때문이다. 그때도 아이가 열이 많이 올라 24시간 응급실이 있는 어린이병원(Kinderkrankenhaus)에 갔었는데 정말이지 온 세상 아픈 아이들은 모두 이곳으로 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줄을 서서 기다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국에 응급실에 간다? 또다시 그 많은 아이들과 감염 됐을지도 모르는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언제 차례가 올지도 모른 채로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정말로 응급한 상황으로 응급실을 가게 됐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내내 힘 없이 늘어져 있던 아이가 갑자기 연속으로 3분정도 기침을 하더니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는 울지도 못하고 숨을 제대로 쉬 질 못했다. 응급실은 코로나로 부모 중 한 명만 입장이 가능했고 입구에서 아이와 엄마 모두 코로나 간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들어간 응급실은 걱정과는 다르게 단 한 명의 대기자도 없이 모두 바로 격리된 진료실로 들어가 바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의 SO2(혈액 속의 산소 포화도)가 너무 낮아 바로 호흡기를 달고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 박테리아에 의한 급성 폐렴.
기침을 하다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했을 것이고 숨소리가 이미 평소와는 많이 다르며 고열을 동반 했을 텐데 왜 이제 왔냐는 의사의 말에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항생제와 수액, 코르티손등을 투여해야 해서 혈관에 주사를 놔야 했다. 의사 선생님이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해 첫번째 주사를 실패하고 두번째 주사 바늘을 찌를 때 새파랗게 질려 울다가 온몸이 파래지는 청색증까지 온 아이를 부둥켜 안고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를 외치며 펑펑 울었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게 잡고 있는 동안에 ‘내가 병을 키웠어. 코로나 무섭다고 내가 병을 키웠어. 나 때문이야‘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고 줄줄 흘렀다.
아이의 SO2 농도가 좋지 않고 피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좋지 않게 나와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으니 반드시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두번의 코로나 검사를 더 받고 모든 수속을 끝내고 병실로 가기 까지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총 세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실로 입성한 뒤로는 사실상 이곳이 어쩌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 할지도 모른다고 느껴졌다. 모든 의사와 간호사는 병실에 들어올 때마다 수술복처럼 생긴 옷을 갈아입었으며 일단 병실에 들어 온 이후로는 그 어떤 면회도 심지어 문을 여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벨을 눌러 간호사를 호출하는 시스템이었다.
병동은 의외로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처럼 환자가 많지 않아 보였는데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코로나 이후로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에 걸린 아기들을 위한 장기 병동과 다르게 응급 병동은 이전보다 훨씬 더 환자가 줄었다고 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가정 보육이 늘어나면서 다치거나 사고가 나서 오는 아이들이 줄었고 나처럼 코로나 무서워서 아이를 병원에 못 데려가는 엄마들이 늘어서 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기관지에 박테리아가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기침과 열을 동반한 것 이였기에 항생제 투여 후 아이의 기침은 정말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밤새도록 산소 농도를 체크하며 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아이의 숨소리도 이틀 정도 지나니 많이 안정을 찾았다.
어린 아이들의 급성폐렴 같은 경우에는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진행속도가 급속히 빨라지지만 고령층의 폐렴과 다르게 조기에 빠르게 치료하면 위험하거나 드문 질환이 아니라는 의사의 설명에, 코로나 무섭다고 아이의 병을 키우고 키워 병원에 온 그 때의 나를 또 한번 반성했다.
이러한 상황을 알리 없는 의사에게 아이 상태에 대해 설명 들을 때마다 자꾸만 눈물을 펑펑 흘리는 나에게 아기 폐렴은 치료만 잘하면 위험해 지거나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며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들었다.
다행히 아이는 6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지금은 다시 무조건 “아니, 내가!“ 만을 무한 반복하는 27개월 장난꾸러기 아들로 돌아왔다. 너무 악몽같은 일주일 이었으며 역시 병은 키우는게 아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지금 아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는데 코로나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가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면 조언해 주고 싶다. 사실상 병원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소독이나 방역에 철저해서 어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역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나만 손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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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가벼운 폐렴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부모가 할일
-발열, 통증, 호흡곤란이 최소 48시간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휴식하게 합니다. -잘 때 호흡이 곤란하거나 쌕쌕 소리가 나면 목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높여주거나 곧추세워 안고 등을 쓸어 줍니다. -실내 온도는 20도, 습도는 60%로 유지 시킵니다. -양질의 식사로 영양이 부족해 지지 않게 주의 하지만 아이가 먹지 못 할 경우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기침할 때마다 물을 먹입니다. -기침, 가래, 고열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갑니다.- 작성: N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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