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다가 독일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는 달리 xx학번, 선배/후배 개념이 없는 독일대학에서는 가만히 있으면서 친구를 사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힘든 유학생활에서 독일친구는 학업을 마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생활하는 점에서도 정말로 큰 힘이 된다.
진심으로 마음을 통하는 친구를 사귀게 되면 한국친구와 똑같이 개인적인 고민상담부터 힘든 일이 있을때 함께 걱정해주며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대학시절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발목이 다쳐 깁스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베스트친구인 얀은 목말을 가지고 장을 보기 힘들다고 자기차를 가지고 와서 나를 위해 장을 봐 주고 기숙사 부엌까지 장 본 음식이랑 음료수를 가져다 주었다. 그 날 저녁 요리를 하면서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져 정말 감동했었다.
얀뿐만 아니라 독일유학시절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나는 말을 잘 못하더라도 먼저 인사를 하고 궁금한것을 묻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갔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독일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부끄러움과 적극적이지 못하고 내성적인 성격때문인 것 같았고, 상대방이 먼저 친구를 하자며 다가올때까지 기다리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이미 독일에서 유학생활 중이라면 어느정도 느꼈겠지만, 독일친구들은 한국친구에 비해서 처음부터 마음을 확 열지않고 천천히 다가오며 어느정도 친해지고 나면 정말 마음의 문을 활짤열고 다가와준다. 개인적으로 독일친구들은 왜 그런지 너무 궁금하였고, 독일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편으로는 그들의 행동에 이해가 되었다.
독일가정교육은 대부분 어떻게 보면 차가울 정도로 독립적인 교육을 시킨다. 그런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본인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배운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성인이 되면, 부모님들은 “이제 너의 인생을 살아라.”라고 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람처럼, 그들은 이제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부모님과 어른들이 항상 이야기하듯이,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위험하고 무섭다. 사람관계를 잘 짓고 항상 조심하라. 라고 충고를 해준다. 따라서 그들은 친구를 사귈 때, 사람을 사귈 때. 상대방을 어떤 사람인지, 말과 행동은 일치하는지, 신뢰가 갈 만한 친구인지 천천히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같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깊은 친구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반면에 신뢰가 쌓여 친구가 되면 평생을 함께 할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며 마음을 내어주는 것 같다.
대부분 친구사귀기는 공부보다는 취미생활, 여가생활할 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나기가 쉽다. 개인적으로 나는 체육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수업이 끝난 후 같이 운동하고 샤워하고 집에 가서 밥도 먹으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참고로 학과 동기가 20명이었는데, 동기들 모두와 할로!하며 인사하는데에 약2년정도가 걸렸습니다.
당연히 베스트친구들은 있었지만,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동기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길게 쭉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년정도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주변친구들한테 듣기도 하고, 본인이 본 것도 있고, 편하다가 생각되었는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먼저 인사도 해주고 나의 인사를 받아주고 같이 그룹과제를 하거나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되면 이미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 첫 대화를 나누고 나면 쉽게 가까워 지고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빨리 친해 질수 있었다.
독일대학에는 대부분 탄뎀파트너를 찾아주거나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도 한번 독일어와 한국어를 서로 가르쳐주기위한 탄뎀파트너를 만난적이 있다. 나의 경우 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다른 유학생의 경우 탄뎀파트너로 시작해 깊은 친구가 되는 경우도 보았다.
한국에 관심이 있던 파트너를 만나 함께 한국을 여행하기도 하고 가족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하는 등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을 보니 탄뎀 파트너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사람을 만날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나의 과거 탄뎀파트너였던 남학생은 이후로도 여러 탄뎀파트너를 만나는 모습을 교내에서 종종 볼 수 있었는데 항상 동양 여학생들만 만났으며 여러명의 아시아여학생들과 꼭 연인관계로 보였고 연애에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또한 동성의 파트너라도 무리한 요구를 해오거나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으니 과도하게 가까이 접근해 오는 경우라면 꼭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학을 위한 탄뎀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운동, 음악, 여행, 사진, 영화, 그림 그리기 등과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클럽활동을 하면서 공통사,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은 독일말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어학원에서 A1를 배울때 무작정 동네 마라톤 동호회를 찾아갔다. 오랜시간 같이 달리면서 간단한 대화도 하고 운동 후 맥주 한잔 마시면서 동호회 사람들에게 어학원에서 배운 말들을 써보기도 하고 손짓, 발짓하며 이야기 했던 것들이 어학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 뿐아니라 어른들도 만나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먼저 고민 할 필요는 없다. 나에 대해 자라온 환경, 한국 이야기나 나의 배경, 성격에 대해 먼저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하면 그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다.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대화도 많이 하고, 더 친해지면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근처 관광지로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힘든 고민도 서로 나누고 공감해주고, 서로를 이해해준다면 더 친한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 학부를 졸업한지 시간은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씩 어학원 친구들, 대학친구들 독일 유학 초기에 만났던 친구들과 안부 겸 연락도 하면서 지낸다. 지금은 코로나로 대학도 온라인 수업을 하고있고 운동클럽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워 친구를 사귀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혼자 유학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도 외로운 일이기에 다시 대면수업이 시작된다면 많은 친구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세상을 살면서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 라고 말을 걸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작성: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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