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독일과 한국은 무엇이 다를까?

요즘 한국은 교권 침해와 관련된 뉴스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학생이 선생님의 권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었는데요. 물론 과거에 있었던 선생님의 신체적 가학 혹은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내용을 보면 교권의 위상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선생님의 교권 침해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비교하여 독일의 교권 침해 상황과 그 대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한국과 독일의 교권 침해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과 독일, 두 나라 모두 선생님의 위상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교권 침해에 대한 두 나라의 양상은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그 이유는 교권 침해를 일으키는 주체가 같지 않다는 것인데요. 한국은 학부모가 선생님께 갑질 혹은 도덕적인 선을 넘는 행동(무단 녹취, 치료비 명목으로 인한 금품 갈취 등)이 근래에 화두가 되는 교권 침해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독일은 학생과 선생님의 직접적인 충돌로 인한 선생님 폭행과 괴롭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점점 더 심각해지는 독일 교사를 향한 폭력

독일 학교에서 교사가 폭행당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고 있고,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아래 차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작센안할트주에서 조사된 교사에 대한 폭력사례를 보여줍니다. 교사가 당하는 폭력은 크게 3가지로 신체적 상해, 위협과 협박, 기타 피해로 조사되었는데 그 수치는 2022년에는 2018년 대비 60%나 증가한 104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조사 지역인 작센안할트주뿐만 아니라, 독일 전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VBE(독일 교육 및 육성협회)데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308명 중 32%가 지난 5년간 학교생활에서 신체적 공격을 당했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교사에 대한 폭력을 공론화시키고 싶어 하는 교사는 극소수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공무원 신분으로 문제가 커지기를 꺼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교사 폭력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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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할 시, 교육부, 정치 서로 미루는 책임 문제

공무원이라는 특성상 피해를 당한 선생님이 피해를 공론화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적인 장치가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뒷받침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아직 교사를 향한 폭력에 대한 대처가 항상 순조롭게 처리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공립학교 선생님인 Susanne 역시 학생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폭력은 같은 학교의 다른 선생님도 당했지만, 학교에 보고한 사람은 Susanne 한 명뿐이었고 다른 피해 선생님은 피해를 숨기고 조용히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폭력사실이 더 커지기를 원하지 않는 학교 경영진에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해 상위기관인 교육부에 그녀가 학교를 옮길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그 결과 그녀는 원래의 공립학교를 그만두고, 사립학교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Susanne는 이러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관할 시에 불만을 제기하면 관할 시는 공립학교를 가리키고, 학교는 다시 교육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정치 탓을 합니다. 이렇게 문제는 돌고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선생님을 보호해야 할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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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사 부족 문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독일의 교사 부족 문제는 교육의 질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에 대한 폭력과도 연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 1인 당 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교사가 통제할 수 있는 학생 수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3~4명의 학생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면 이는 1명의 교사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5. 교사에 대한 폭력 문제 대체 가이드라인을 만든 바이에른주

올해 1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입벤뷔렌(Ibbenbüren)의 한 직업학교 교실에서 17살 소년이 55살 선생님을 칼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우려되었던 교사에 대한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각 연방 주는 교사에 대한 폭력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을 고민했고, 바이에른주는 학생의 폭력으로부터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교사가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보호할 수 있는 수칙이 쓰여 있습니다. 먼저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110에 신고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 사건 현장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나와야 합니다. 학교 운영진은 피해 교사를 수업에서 완전히 배제한 후, 교사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신체적 상해를 입었다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 향후에 증거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또한 피해 교사가 학교 담당 심리학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는 외부 의료전문가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가해 학생은 법적 보호자와 함께 사건의 발생 경위를 밝혀야 하며, 징계위원회 등에 회부되어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가해자 상태에 따라 상담 센터 방문, 청소년 복지 서비스, 심리치료, 공격성 자제 훈련 등을 수행해야 하며, 다음에 교사와 학생의 동의를 받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인지한 경우, 반성문(혹은 소명서)을 작성하여 피해 교사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며, 자기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불미스러운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은 스스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며, 다시 교실로 돌아와 배움을 이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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