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알못이 집들이를 한다면?
최근 신혼집으로 이사오며, ‘집들이’라는 걸 하고 있다. 남의 일일 때는 그저 ‘뭐 사가지?’ 이 생각만 했었는데 정작 내 일이 되니까, 골칫거리다. 집들이를 하려면 챙겨야 할 게 정말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집 청소다. 집안을 쓸고 닦고, 유난을 떨어야 청소한 것처럼 보인다. 괜히 바닥에 먼지 한 점이라도 발견되면, ‘청소 안 했어?’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니 주의하자.
두 번째는 메뉴 선정이다. 요. 알. 못인 나는 사실 음식 레시피를 외우고 있진 않다. 유튜브나 요리 관련 책을 봐야 이해하는 편이다. 그래서 집들이 메뉴를 수십 번 검색했다. 대부분 큼직큼직한 음식이 대부분이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매운 등촌칼국수 샤부샤부’와 ‘수육’, ‘오징어 숙회’였다. 원래 가짓수를 더 늘릴까 했지만, 이 세 개도 버거워서 욕심을 버렸다.
집들이 오시기 전날, 각종 레시피를 잔뜩 공책에 적어놓고 새벽에 알람을 수십 개를 맞췄다. 핸드폰을 덮고 잠을 자려는데, 계속 요리에 대한 걱정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d-day. 여러 개의 알람 중 첫 알람을 듣고 깼다. 남편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했지만, 요리가 서툰 나에게는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난생처음 혼자 힘으로 요리를 만드는 건 참 떨리는 일이었다.
수육은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3시간 정도 끓이고, 매운 등촌 칼국수 샤부샤부를 만들기 위해 난생처음 다진 양념도 만들었다. 오징어 숙회는 적당하게 삶고, 부추로 돌돌 말아줬다. 음식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갔고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됐다.
첫 집들이 때는 밥통이 없어서 햇반으로 먹었는데, 수십 개를 전자레인지에 급하게 돌렸다. 가까스로 세팅을 끝내자 손님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언제 이렇게 음식을 만들었냐고 감탄하는 소리와 함께 기분 좋은 미소들이 번졌다.
집들이 첫 음식, 과연 맛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요리는 어땠을까? 우선 먹은 양을 살펴보자. 수육과 오징어 숙회는 하나도 남지 않았고, 매운 등촌 샤부샤부는 칼국수까지 해 먹었다.
예의상인지, 진짜 맛있어서인지 ‘왜 이렇게 요리를 잘하니?’ 이야기를 들었고, ‘덕분에 호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하도 허겁지겁 먹는 탓에 금방 음식이 줄어서, 나는 많이 먹지는 못했다.
사실 수육은 소금 조절 실패로 짰는데 뜨거울 때는 정말 짜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식으니 ‘쌈장 없이 ^^’ 먹을만했다. 맛있게 먹어준 손님들한테 너무 감사했고, 걱정 근심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집들이는, 어떻게?
손님들을 다 보내고 자려고 누웠는데 ‘아, 맞다. 다음 집들이가 있었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결혼식에 오신 분들을 초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들이 수는 점점 늘어갔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내가 다른 분들 집들이 갈 때 그분들도 많은 집들이를 안 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결혼식에 갔음에도 집들이에 초대가 안 되거나, 사정상 안 간 적도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다가 날아온 돌멩이가 뒤통수 탁. ‘그런데 메뉴를 매번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오늘만 해도 11명에 20만 원이었는데…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
안 되겠다 싶어 주변 언니들한테 문의를 했다. 언니가 해줬던 말은 이렇다. ‘가족이면 직접 음식을 하는 것이 좋지만, 친구들 오면 주로 시키더라’ 이 얘기를 듣자 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앞으로 많은 집들이가 남았지만, 음식에 대한 부담은 많이 갖지 않기로 했다. 내가 예전에 갔던 집들이만 떠올려도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나도 그렇게 무던한 음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문제의 음식값. 지난번에는 가족들이 대거로 11명 이상 와서 잘 대접하고 싶어 많은 식비가 들었는데
이제부터는 한 사람당 비용을 책정해 예산에 맞는 집들이 음식들로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집들이 힘내자!
- 작가: 은잎 / 방송작가
6년차 방송 작가이자, 기업 작가입니다. 삶의 권태로운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 본 글은 은잎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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