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한 그릇의 부담감
하필이면 뜨거운 호박죽이라니!
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이라기보다는 원 가족으로부터 온전히 분리되지 못하고 두 집 살림하는 꼴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원 가족에게 보고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정서적으로 전혀 분리되지 않은 모습이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여러 모양의 간섭이 탯줄인 줄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콩깍지가 씌었고 판단력이 흐렸다. 밀착된 관계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시부모님께서 주시는 모든 관심을 그저 무한한 애정이라 여기고 감사했다. 지나고 보니 단순한 애정이 아니었다. 결혼 후 한 가정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원 가족과 분리되지 못한 탯줄이 끊기지 않은 전형적인 모습일 뿐이다. 신기하게도 자녀가 태어나고 남편 가족 안의 문제가 불거졌다. 말하자면 복잡한데,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분석해보자면 남편과 동생과의 문제, 즉 형에 대한 불만을 새 식구에게 표출한 셈이다. 나로선 생사람 잡는 일이 벌어졌고 하극상이 일어났다. 부모님은 남편 동생이 형수에게 예의 없는 행동을 했음에도 자식 편을 들었다. 교통정리 제대로 해주지 않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오래갔다. 남편이 내 편에 서지 않았다면 평생 분노하며 지금까지 함께 살기 어려웠을 거다. 마음이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끔찍한 효자인 남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락과 방문을 강요했다. 사건이 매듭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린 매일 ‘사느니 마느니’ 전쟁같이 싸웠다. 내 생에 그토록 치열하게 누군가와 꾸준히 싸웠던 사람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부 싸움의 피해자는 가장 소중한 자녀다. 어둡고 긴 터널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 작가: 김유진 / 에세이스트,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저자
한국에선 가족치료 공부 후 부모 교육을 했으며 현재 마더코칭연구소를 운영하며 2016년 여름부터 독일에 삽니다.
- 본 글은 김유진 작가님께서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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