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여 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그 피해를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메르켈은 독일이 결국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데에는 원자력 발전 사고의 심각성을 가장 큰 이유로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독일은 전쟁과 인플레이션, 유럽과 러시아 간의 대립으로 주 에너지 공급원이었던 러시아가 가스관을 걸어 잠그면서 에너지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생산이 가장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대란 속에서 한국과 독일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원자력 발전이 그린에너지? 독일은 NO! 유럽연합은 YES !
2022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3기를 폐쇄한다는 독일의 계획은 강경합니다.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양산되는 폐기물에 대한 처리가 어렵고, 유사시에 결코 친환경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독일과 유럽연합의 생각은 상반됩니다.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그린텍소노미(친환경 그린 에너지에 대한 분류체계)에 포함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독일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덴마크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EU는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그린텍소노미(친환경 그린 에너지에 대한 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이로써 2023년 1월부터 유럽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는 그린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분류될 전망이며, 유럽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2. 독일과 다른 행보를 선택한 유럽 주요국들
이미 여러 유럽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으로 전체 전력의 약 70%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경우, 원전이 포함된 EU 그린텍소노미에 발맞춰 가동연한이 40년인 원자로 수명을 50년으로 늘리고, 신규 원자로 설립에 약 500억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가 신규로 추가될 전망입니다. 독일과 함께 탈원전을 추진했던 벨기에도 2025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 7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입장을 바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터지자 원전 수명을 10년 더 연장하겠다고 공표하였습니다. 영국의 입장도 독일과는 상반됩니다. 영국은 원자력 기술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유일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약 17억 파운드의 예산을 신규원전 건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의 핀란드는 자국의 첫 원자력 발전소가 시범운영이 들어갔고, 폴란드와 루마니아, 체크 등도 첫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로 결정하였습니다.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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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텍소노미와 원자력 발전
유럽의 그린텍소노미처럼 한국도 이를 표방한 K-텍소노미(한국 녹색에너지 분류체계) 정책을 만들어 온실가스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목표 등 6대 환경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모호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자력 발전 정책도 180도로 바뀌는 정치적 환경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탈원전을 고수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은 지속적인 계획을 통해서 이루어져야만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EU처럼 K-텍소노미에도 원자력 발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따라 독일과 함께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한국의 입장 또한 달라진 것입니다.4. 원자력발전의 딜레마, 딱히 다른 대안이 없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던 EU가 입장을 바꾼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존하는 발전원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아 경제적이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이 없는 거의 유일한 발전원이기 때문입니다. 원전에 우호적인 많은 나라들은 그들의 기술력으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대안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경우, 생산 전력 대비 설비 면적으로 따지면 훨씬 비효율적입니다. 같은 전력을 생산한다는 가정하에 태양광 발전은 원자력 발전의 17배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며, 풍력은 6배의 면적이 필요합니다. 원자력 발전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선 엄청난 면적의 토지가 훼손되어야 합니다. 경제성 또한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큰 이유입니다. 무조건적인 원자력 발전의 폐쇄는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유럽 원전의 2040년 예상 발전 원가는 kwh당 6.4유로지만 태양광은 8.4유로,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은 각각 9.8유로, 11.6유로가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생산단가는 이보다 훨씬 낮아 더 경제적일 것입니다. 태양광 에너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 단가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약 20년 후에 신재생 에너지 효율이 원자력 발전 효율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작성: 도이치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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