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올림픽처럼 5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예술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카셀(Kassel)에서 열리는 도큐멘타(Documenta)입니다. 지난 2017년 14회를 마치고 정확히 5년 뒤인 올해 6월 18일에는 15번째 개막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여러 논란으로 실질적인 관람은 6월 말로 연기되었는데요. 도큐멘타라는 전 세계적인 예술 행사는 무엇이며, 어떤 논란에 휩싸였는지, 관람을 위한 팁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1955년부터 시작된 카셀 도큐멘타
카셀에서 열리는 도큐멘타는 1955년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아놀드 보데(Arnold Bode)를 중심으로 조직된 그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1945년 이후 나치 독일에서 퇴폐적 예술이라는 낙인을 받았던 현대 추상 미술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초창기 유럽으로 제한되어 있던 작가 풀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며, 정치적, 사회적 맥락이 강화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4년에 한 번 열리던 도큐멘타는 1972년부터 간격이 5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도큐멘타는 100일간, 카셀 도시 곳곳에서 진행합니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카셀과 아테네에서 오픈했습니다. 매번 최소 100명 이상의 작가가 초대되며, 한국 작가도 종종 찾을 수 있습니다. 1992년 제9회 도큐멘타에 육근병 작가가 초대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양혜규, 전준호, 문경원 작가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도큐멘타에는 고결, 조지은, 김중원 작가가 만든 예술그룹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15번째 도큐멘타, 반유대주의 스캔들로 불안한 시작
카셀 도큐멘타 15의 주제는 지속 가능성(Nachhaltigkeit)입니다. 이에 따라 전시 작품의 주제는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행사는 6월 18, 19일 양일간 전 세계 기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개막했습니다. 하지만 개막식과 함께 전시 작품에 비판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인도네시아 예술가 그룹 Taring Padi의 <People’s Justice>라는 대형 그림이었습니다. 해당 그림에는 돼지 얼굴을 한 군인이 있는데, 그는 다윗의 별이 새겨진 스카프와 Mossad라고 새겨진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Mossad는 이스라엘 외국 정보기관의 이름입니다. 이러한 그림으로 해당 그룹과 작품은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도큐멘타 측은 그림을 덮고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반유대주의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카셀 동맹(Kasseler Bündnis gegen Antisemitismus)은 블로그를 통해 이번 카셀 도큐멘타의 감독을 맡은 인도네시아 예술가 그룹 루앙그루파(Ruangrupa)가 반유대주의 입장을 가진 작가와 작품을 알면서도 초대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그룹 The Question of Funding의 작업 <The Question of Funding> 역시 문제가 있다 전합니다. 이 그룹은 팔레스타인 예술 기관이 의존하고 있는 국제 자금 지원 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고, 개선할 것을 목표로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 속에 언급되는 교육자 Khalil al – Sakakini의 문화재단을 포함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1953년까지 살았던 개혁 교육자인 Al – Sakakini는 나치즘에 동조하며, 아랍 민족주의 사상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하는 집단이 행한 폭력을 옹호한 사람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반유대주의 스캔들이 언급되고, 연방 문화부 장관은 물론 카셀시 시장도 나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속되는 논란에 도큐멘타 운영 그룹은 오는 6월 29일까지 재정비를 하고 행사를 다시 진행할 것을 공표했습니다.함께 읽으면 좋은 뉴스
무지개로 물드는 6월, 독일의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의 유래와 독일의 LGBTQ+ 역사
6월부터 7월, 늦으면 8월까지 독일 곳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무지개 깃발과 퍼레이드의 정체는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입니다. 레즈비언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독일의 야사 같은 정사 10가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과거에도 당대의 집단지성이 동의한 오늘날 기준으론 상식 밖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도큐멘타 관람을 위한 팁 5
1.숙소를 시내에 잡아 동선을 줄이자 첫 번째 팁은 숙소를 되도록 시내에서 찾는 것입니다. 카셀시 곳곳에서 전시와 행사가 열리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시내에 위치한 미술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큰 규모의 전시는 Fridericianum과 documenta Halle에서 열리는데, 사람도 가장 많이 몰리는 곳입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기 위해선 되도록 숙소가 시내에 있는 것이 유리합니다. 2. 를 보고 관람 스케줄을 계획 후 티켓 구매 100일 동안 열리는 만큼 티켓 종류도 다양합니다. 기본 티켓은 1일 27유로, 2일 45유로입니다. 하지만 장기 체류할 예정이거나 기간 내에 여러 번 방문하고 싶다면 125유로인 기간 티켓(Dauerticket)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그 외에도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유효한 저녁 티켓(12유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3. 하루 5시간 이내로 관람하는 것이 적합 도큐멘타 기간에 공식적으로 32곳에서 전시가 열리는데, 동선을 잘못 잡으면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쌓입니다. 게다가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내내 서거나 걸어야 하므로 체력 안배가 필요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것은 집중력이 높은 시간대에 집중 관람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전시를 관람하는 것입니다. 하루 2~3곳을 5시간 이내로 관람하는 것을 가장 추천합니다. 4. 토론이나 이벤트에 참여해보기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곳곳에서 준비된 토론이나 퍼포먼스 등 여러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때만큼 작가나 예술가 그룹, 관람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야외에 준비된 조각 전시를 보는 것도 지친 몸과 눈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5. 작품을 즐기는 것만큼 도시와 분위기를 즐겨보자 도큐멘타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예술 행사인 만큼 여러 국적의 예술가와 애호가가 모이는 자리입니다. 숙소는 물론 카페나 바에서도 예술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그곳에서 가볍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카셀이라는 도시 자체를 즐기면, 도큐멘타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작성:알덴테 도마도
ⓒ 구텐탁코리아(//www.gyrocarpu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