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의 동료 직원이 책 한권을 들고 와 물었다. 혹시 이 책 알아? 하면서 내민 책 제목은 바로 “Nunchi” 였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그 동료는 팀내에서 가장 눈치없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직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언론인이자 작가인 유니 홍이 미국에서 2019년에 출간하여 현재 한국을비롯 15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저자는 원래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자라다, 만 12세에 한국말 한마디도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서 살게 되면서 눈치가 생겼다고 한다. 말을 하지 못하니 다른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분위기나 상대의 표정, 기분들을 살피면서 눈치가 생겨났다고 했다. 책은 눈치가 무엇인지 부터 눈치의 힘, 눈치와 인간관계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8장의 ‘직장 눈치’ 라는 소제목이 참 흥미로워 보인다.
독일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눈치의 힘을 과연 이해하고 알게 될까? 참으로 궁금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독일 사람들을 만나보면 참 눈치없고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절대로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유학 초기만 해도 마트들이 20시에 문을 닫았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18시에 문을 닫기도 했다. 급히 마트 닫기 1분 전 문 앞에 도착해도 직원들은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물건 하나 사는데 몇분이나 걸린다고 참 화가 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편의 보다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켜야하는 본인의 권리가 더 중요한것이다.
어느 날 한번은 대학 동기와 과제를 위한 약속시간을 정하고 있었다. 다이어리에 적힌 스케줄표를 꺼내들더니 본인 기숙사 방의 창문을 닦기로 스스로 결정한 날이라 시간이 없다고 했다. 창문쯤이야 다음 날 닦아도 될텐데 참 융통성 없다 생각했다. 아주 배려심 많고 착한 동기였는데도 말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의 할 일만 끝냈다하면 참으로 당당하다. 다른 동료의 불편이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들을 한다. ‘눈치’ 책 내용을 인용하자면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치는 것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해를 끼친 것만큼 나쁘다> 라는 문구가 있다. 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불편을 끼치려고 하지 않았을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해를 가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스스로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독립성에 중점을 둔 현대인들은 자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저자 유니 홍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려면 오히려 눈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눈치가 있는 사람은 이유없이 사랑을 받고 신뢰를 받는 반면, 눈치가 없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움을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을 소개해 주었던 동료도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면 정말 순수하고 착한 동료이다. 하지만 업무 관계에서는 너무 눈치없는 행동들로 동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도 힘들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부디 책을 읽고 좀 더 상대방의 기분이나 전체 팀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눈치를 챌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또한 삶 속에서 과도하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직장 내에서는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 보다는 똑똑하게 일 잘하는 눈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작성: 모젤파파늘 세상과 혼자 싸우는 기분이 든다면, 세상이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도록 <눈치>가 도와 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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