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을 하면서 유독 함께 여행하는 부부를 많이 만났다. 사프란볼루에서는 한·일 부부인 은선 언니와 아키라를 만났고, 안탈랴에서는 중년의 독일인 부부를 만났으며, 카야코이에서는 체코인 노부부를 만났다.
세계여행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에 사표를 내고, 양가에 선의의 거짓말(?)을 한 뒤 길을 나선 한국·일본인 부부, 유럽의 역사를 알기위해 터키를 7번이나 방문한 독일인 부부, 우리는 버스로도 멀다고 불평한 한 길을 오롯이 도보로 왔다는 체코인 노부부까지..
국적도 달랐고 연령대도 달랐던 이들의 공통점은 사랑의 상태가 건강해 보였다는 것이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쳐도 갈라서지 않을 어떤 끈끈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쉬운 일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떠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머무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대기업에 다녔던 그 남자는 왜 한 달씩이나 여행을 가느냐며 나를 힐난했다. 자신의 꿈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아버지라고 했다. 물론 그의 꿈도 소중하지만 여행이 일상이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은 그에게 부합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런 철지난 에피소드들 덕택에(?) 미나와 나에게 있어 긴 시간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이 참 멋있어 보였고, 어떤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 역시 결혼을 했을 때 저런 멋진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까?
부부가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통된 취향’이란 짧은 단어에는 실로 수많은 자음과 모음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같은 곳을 가도 택시를 선호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도보를 즐기는 이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취향이 같을 필요도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해 줄 수 있다면 근사한 여행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해 주는 마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부부의 ‘닮음’은 만들어진다. 얼굴도, 가치관도, 취향도.. 서로 닮고 닮아 궁극의 동그란 한 마음이 된 부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나 역시 어떤 한 사람과 함께 그들을 닮아가고 싶어졌으니까.
- 작가: 여행생활자KAI
독일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는 여행생활자, 주변 살펴보기가 취미인 일상관찰자
- 본 글은 여행생활자KAI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 응원의 메세지나 문의를 아래 댓글창에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겨주시면 작가님께 메세지가 직접 전달이 됩니다.
ⓒ 구텐탁코리아(//www.gyrocarpu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