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1일.
내일은 강민이 친구 Simon의 7살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다.
Simon의 집은 우리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우리는 차가 없지만 자전거가 있다. 하지만 30분 거리를 자전거 타고 가면 생일파티에서 힘들 테고 끝나고 돌아올 때도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었다. 그래서 Simon의 엄마에게 학교에서 가는 버스가 있는지 물었고, 안타깝게도 스쿨버스만 다닌다고 했다. 혹시 11:25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같이 집으로 오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주어서 그렇게 하기로 전화로 이야기를 마쳤다.
강민이랑 집에 걸어오면서 내일 Simon 생일파티에 엄마가 데려다줘야 하는데 거리가 멀고 자전거로는 어렵고 버스도 없대. 그런데 다행히도 좋은 방법을 찾았어. 학교 끝나고 Simon이랑 같이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거야. 버스 기사님께 얘기하면 가능하대. 어떻게 생각해?
“싫어, 절대 싫어!”
“그냥 싫어! 스쿨버스 타는 거 싫어. 왜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아!”
어렵다.. 녀석은 자동차를 타고 가자, 다른 버스를 타고 가자, 기차를 타도 좋고, Jonathan한테 픽업해달라고 하자 등등 계속해서 다른 제안을 꺼내 들었다.. 모두 불가능한 제안을.. 안 되겠군! 우선 거기까지, 그럼 저녁때까지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고 얘기하자 하고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상황이라면 계속 생각에 빠져있게 하지 말고, 우선 접어둔다. 절대로 긍정적인 반응으로 자동으로 바뀌지 않으므로 이 때는 부모가 한 걸음 퇴보해야 한다. 그리고, 최소 3시간 동안은 절대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 한다.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하루, 이틀 정도 후에 다시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엄마랑 놀고 싶다는 세 가지(카드놀이, 그림 그리기, 싸움놀이)를 제시하길래 그중에 딱 한 가지, 그림 그리기를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세 가지를 다 할 에너지가 없다~ㅜㅜ) 나는 큰 종이에 요즘 한창 핀 아몬드 꽃을 그리고 싶었는데.. 작은 카드에 각자 3개의 무기를 그리고, 그것으로 싸움을 하는 거란다..결국은 본인이 원했던 세 가지를 짬뽕한 놀이인 것이었다.
짜증 부리며 훌쩍거리다가도 내가 두 팔 벌리면 여전히 와서 안기는 모습은 여전히 아기 같다.
Tip: 무조건 짜증을 부리고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를 때, 답답하고 화가 나는 마음을 누르고 그냥 안아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1차 감정을 토닥이는 말들을 하고 표정을 보니 짜증이 가라앉고 좀 풀린 듯해 보였다.
이제 천천히 내일의 일을 이야기 꺼냈다.
생일 파티에 가는 건 좋지만, 스쿨버스를 타는 건 싫다고 한다.
본인은 버스카드도 없고, 원래 타지 않는 사람인데 기사 아저씨가 뭐라 하면 어떡하냐..
그런 난처해질 상황들이 걱정되고 싫었던 거였다.
“그랬구나… 우선, 엄마가 데려다줘야 하는데. 엄마가 차가 없어서 못 데려줘서 미안해.
그리고 엄마가 학교에 물어보니까 특별한 날에는 같이 타도 되고, 기사 아저씨도 아주 친절하시대. 버스카드는 없어도 된대.( 사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지만 우선 안심시키고, 다시 확인하기! 그래도 걱정되면 엄마가 버스 타는 것까지 봐줄 수 있어.”
“그것처럼, 네가 원하는 즐거운 것을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기도 하는 거야.
잠깐 그걸 버티고 나면, 아주 오랫동안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내일 스쿨버스를 타고 가면 다른 아이들보다 너는 특별히 2시간이나 더 재미있게 놀고 올 수 있게 되는 거야.
지난번 생일파티 때 시간이 너무 짧다고 했었지? 이번엔 더 길게 놀 수 있으니 더, 더 재밌을 거야.”
(강조: 너만 특별히~!)
“강민이, 할 수 있겠어? “
“응..!!”
4월 12일 오전 11시 25분
하교 시간,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왔는지는 신경도 안 쓰고, 강민이는 친구랑 버스 타는 줄로 걸어간다.
하나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던 게, 학교 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벌써부터 신이 나 있구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제 너무 강요하는 건 아닌지, 흔들리지 않고 설득하기를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Simon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고, 손 흔들어 주고 안녕!
(앗싸, 6시간 자유다!!! )-> 부모에게도 오르막길 후에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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