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까지 다녔다. 대학교 1학년 재학시절, 독일 유학을 결심하고, 바로 2학년 1학기부터 부전공으로 독일어 학과 학과 사무실에 가서 조교님께 바로 상담 요청을 하고 독일어 문법1,2과 독일어 작문 등 수업 과목을 이수하였다. 2학기동안 수업을 듣고 성적 B를 받으며 나쁘지 않게 독일어입문을 마쳤다.
군대 제대 후 다시 독일어를 보니 성적증명서에 성적만 남아있을 뿐 독일어 지식이라 곤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 상태로 독일 유학을 준비하여 2007년 8월 26일 독일땅에 착륙하였다.
모든 유학생의 바램과 같이 한국대학교에서 이수한 과목과 학점을 독일대학교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힘들게 어학 시험을 패스하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운동심리학과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입학하자마자 나한테는 예전부터 기대하던 학점인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외국인학생처에 가서 학생등록을 마치고, 학점인정 관련 상담요청을 하였다.
담당자는 운동심리학과 담당교수님 성함과 연구실,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교수님하고 결판을 지으라고 하였다.
담당교수님 상담시간을 확인하고, 한국에서 수료한 모든 성적관련서류를 가지고 교수님과 첫번째 만남을 가졌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2년, 4학기를 공부하였고, 한국대학 특성상 1학년(2학기) 교양과목 이수, 2학년(2학기)는 전공과목을 이수하였다고 한국대학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교수님은 한참 듣으면서 성적증명서를 응시하면서 생각에 잠기셨다. 일단 1학기니까 졸업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진행하자고 하고 일단 헤어졌다. 나는 내심 학점인정 신청서라고 작성하고 생산적인 답변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독일은 빨리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되면서 약간의 오기가 생겼다.
그 다음주 똑같은 날 상담시간, 2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 때는 나도 나름 준비를 철저하게 하였다. 한국에서 수료한 과목들의 주요내용을 독일어로 대충 찾아서 만약 교수님이 관련 과목 질문을 한다면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사전을 찾아가며 구두시험과 같은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교수님께 다시 한 번 학점인정의 중요성과 내 상황의 예외성, 외국인 학생으로서의 차이점, 나이도 어느정도 있고 꼭 빠른 시기에 졸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교수님의 표정을 보는데 설득은 커녕 무표정으로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 그 때, “내 머리 속에 그냥 준비한 거 다 이야기라도 하자.”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내가 전공과목 들었던 내용들을 주절주절 설명하였다.
한 15분정도를 혼자 발표를 하듯이 막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되는 시점에 교수님 얼굴을 보니 설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학점인정신청서 한 장을 주면서 현재 우리 대학교 운동심리학과의 과목과 한국의 대학교에서 수료한 과목들 간의 유사성이 있는 과목들을 연필로 적어오라고 하셨다.
나는 1주일동안 양쪽 학교 교과과정설명서(Modulhandbuch)를 완전 분석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워드문서로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차이가 나는 학점 체계, 어떤 모듈에 해당하는지 등 자세하게 도표로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드디어 한 주 후 세번째 교수님 상담 시간에 방문하여 학점 인정의 마무리를 지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갔다. 내가 정리한 워드 문서를 한참 바라보시더니 알았다고 하고 서류를 놔두고 가라고 하였다.
내 느낌에 “교수님께서 이제는 도와주시는 것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주에 다시 오라고 했다. 도대체 언제 학점인정을 해 주는지 독일의 느린 시스템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 한 주 후(방문 4주차), 다시 한 번 교수님 연구실에 노크를 하였다. 교수님 얼굴표정을 보니, 체념 한듯이 내 모든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국 성적증명서의 백분율% 수치를 보시고, 독일 대학교 점수로 변환하고, 현재 교과과정 어떤 모듈에 해당하는지 나랑 드디어 적극적으로 상의를 하면서 연필로 적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그토록 이 시간을 기다렸던가…나의 열정과 의지가 교수님 마음에 전달이 되었는지 한국의 교양과목까지 해당 모듈에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두 다 독일학점으로 바꿔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 30분정도 시간이 지났을까..빼꼭히 변환된 독일학점을 총점으로 보니, 학사과정 졸업학점 300학점(6학기) 중 무려 100학점(2학기,1년)이 인정된 것이다!!!!
학사 3년을 이수하여야 하는데, 2년으로 시간이 단축되는 순간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연필로 정리한 신청서를 컴퓨터로 깔끔히 정리해서 교수님 비서분께 전달하라고 하셨다. 바로 도서관으로 가서 내 노트북으로 바로 정리해서 비서분께 정식 학점인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교
수님의 서명과 학과장의 서명을 받고 끝이 날 줄 알았다. 이 신청서를 갖고 다시 시험관리처(Prüfungsamt)에 가서 담당자에게 제출을 하고 한 1주쯤이 지났을까 드디어 전산처리가 완료되어 컴퓨터상 학점이 등록되었던 것이다.
약 5주동안 끈질기게 적극적으로 교수님과 상담을 한 결과, 시스템상으로는 3학기로 독일대학교에 편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정식 학기에 졸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 하여 2년(총 3년, 1년 학점인정)만에 학사과정 “운동심리학과(Psychologie und Bewegung: PuB)” 졸업하게 되었다.
작성 : 모젤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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