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Men Meet
앞 글에서 인간은 어떻게 불평등해지며, 왜 불행해지는지에 대한 루소의 설명을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앞서 등장했던 클레의 작품, 벌거벗고 마주친 두 사람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살펴보자.
Two Men Meet, Each Believing the Other to be of Higher Rank (Paul Klee, 1903)
비교와 허영심의 사회
작품에서 눈을 들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역시 슬프다. 신분제가 사라져 노비 언년이와 최참판댁 주인마님은 없어졌지만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새로운 숟가락 신분제를 자조적으로 구성 중이다.엄친아라는 신조어가 떠오르던 시절, 이 말이 그토록 각광받았던 이유는 삼천리 방방곡곡의 아들 딸들이 그렇게 무수하게 비교질을 당했기 때문이다. 자매품으로 여자친구 친구의 남자친구(침 튄다), 아내 친구의 남편도 존재한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맑게 밀려온다.
다방면에서 만렙의 소유자로 알려진 신비로운 그들 ⓒ wony (웹툰 <골방환상곡>)
어이쿠. 모래가 갑자기 입 안에 들어온 것처럼 깔깔했다.
아줌마가 귓구멍이 막혀서 잘못 들은 걸 거야
그러나 두 번째 방법으로 은근슬쩍 눈을 돌린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불행해진다. 아이들에게 친구란 늘 비교의 대상이며 틈이 보이면 남들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아이에게 친구가 하나씩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친구 없는 삶 그거 되게 재미없을 텐데.
저기 손가락 찔려서 오로라 공주처럼 코 잠들어 버려라 ⓒJTBC (SKY 캐슬)
딸을 위한 시
인간으로 태어나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상, 우리가 비교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도 인간인지라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뭘 시키면 잘 따라 하는지 궁금하다. 그림도 좀 잘 그렸으면 좋겠고, 노래도 잘 불렀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그림을 엄청 못 그린다. 유치원에 가 보면 현실주의 화풍의 그림들이 즐비한 가운데 우리 아이의 추상미술은 단연 돋보인다. (다른 아이들의 작품을 여기다 함부로 올릴 수 없어 비교해 보여줄 수는 없지만, 친구들은 옷의 무늬까지 어찌나 사랑스럽게 그렸던지. 우리 아이의 그림에는 머리.. 는 있는 것 같다? 나는 애가 자기를 그냥 촛불에 비유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민주주의 영재인 걸로.) 사실 좀 걱정된다. 나중에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독일의 학교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평가가 이루어지고 대략적 진로가 결정된다.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그림은 꽤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부러라도 그림을 같이 그리고 놀아볼까도 했는데, 아이는 글씨나 숫자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그림엔 딱히 관심이 없다. 그림을 그려보자고 하니 신나게 1부터 100까지 쓰고 앉아 있다. (………이 자식아, 그림을 그리라고오………) 근데, 걱정해 봐야 나도 불행하고 아이도 불행하다. 어차피 타락할 (음?) 아이들인데, 미리부터 루소의 그 타락한 존재로 만들고 싶지 않다. 아이들에게 다른 것 이것저것 바라지 말고 그거 바랄 시간에 나나 똑바로 살아야지. 하루아침에 아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될 리도 만무하고, 우리가 모여 사는 환경을 탓할 수도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타인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가지는 일이다. (…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연체동물처럼 물렁물렁하다.) 지금은 아직 꼬마들이라 덜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나의 걱정과 비교는 함께 자라날 것이다.그때도 내가 지금처럼 아이의 그림이나 성적을 보고 푸하하 웃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나나 똑바로 살면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수밖에.
- 작가: 이진민 /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
미국서 두 아이를 낳아 현재 독일에서 거주 중.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 본 글은 이진민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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