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하고
고로 나는 위대하다
어릴 적엔 엄마가 자녀의 밥을 챙겨준다는 보편적인 범주에 들지 못했다. 그런 내게 한의사 질문은 한동안 많이 아프게 했다. 엄마만큼 자식 끼니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사람은 없기에. 자식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솔직히 끼니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먹는 즐거움을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친구들 앞에 꺼내 놓고 먹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던 새엄마가 싸준 도시락 덕분에 먹는 일은 늘 곤욕이었다. 알약 한 알로 끼니가 해결되면 얼마나 편할까 상상하기도 할 정도로 매끼 먹는 일이 비효율적이고 귀찮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먹는 즐거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유가 크다는 것을. 남편의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엄마가 된 후 여름에 백숙하고 보쌈 고기를 삶는다. 가족이 흘리는 땀을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잘 먹여야 한다는 사명이 불끈! 불끈! 들곤 한다. 밖에서 사 먹는 외식보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엄지를 척! 치켜주는 아이 덕에 요리할 맛이 난다. 날이 갈수록 포동포동 궁둥이 살이 오르는 딸 보며 열심히 밥을 한다. 내가 해준 밥을 먹고 자라는 남매를 보며 매끼 챙겨주는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깨닫는다. 집밥이 언젠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밥하기를 소홀히 하지 못한다. 이유 없이 주눅 드는 어느 날 문득, 건강하게 잘 자라는 남매를 보며 ‘내가 이룬 게 없긴 왜 없어. 이게 바로 십 년간 땀 흘려 키운 가장 큰 성과물이구나. 자신감을 잃지 말자’ 스스로 위로한다. 매일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는 것, 그것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도 없다. 나의 수고를, 다른 이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지. 아이를 낳고, 키우고, 투덜거리더라도 치우고, 성실히 밥을 짓는 엄마는 위대하다. 고로 나는 위대하다.
- 작가: 김유진 / 에세이스트,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저자
한국에선 가족치료 공부 후 부모 교육을 했으며 현재 마더코칭연구소를 운영하며 2016년 여름부터 독일에 삽니다. - 본 글은 김유진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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