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권도 배우기
한국 태권도- 독일 사부님
9살 아이는 아직 독일어에 자신이 없어서 여러 모로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태권도장에서는 1부터 20까지 한국말로 해야하고, 모든 권법과 뜻까지 한국말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서 나도 같이 배우면서 용기를 북돋우기로 했다.
학교에서 괴롭히던 아이를 도장에서 만났다.(거들먹 거리며 째려보는 2살 많은..) 아이는 두려워 피하지 않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독일에서는 모든 운동을 1번~3번정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좋아하는지, 자신의체력에 적합한지, 정말 하고 싶은지를 여러 번에 걸쳐 직접 겪어보고 결정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한 번 맛이라도 봐야하고, 한 번 시작한 활동은 세 번은 해 보고 좋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시스템이다.
(이런 체험수업 덕분에 아이에게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만나보게 할 수 있고,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예를 들면, 쿵푸, 기계체조, 농구 등)
우리가 만난 태권도는 “권재화 태권도” 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였다.
사부님은 독일인인데 권재화태권도에 대해서 설명을 자세히 해 주시고 관련 DVD 영상물을 빌려주셨다.
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터
권재화라는 한국분이 유럽에 전파하신 태권도인데, 북한식 태권도라고도 불린다.
권재화 사부님은 현재 79세로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데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다르게 (예를 들면 역수도 격파) 만든 태권도인데 독일에 80개가 넘는 도장이 있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기술 움직임, 시합보다는 자기수련과 기본 건강을 위함, 단수를 높이는 데에 집착하지 않는 겸손함, 예절 등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권재화 사부님의 제자들이 여러명이지만 또 다시 각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보니 도장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 도장의 사부님은 겸손과 예절 그 자체이시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섞여 수련을 하고, 단지 나누는 것은 단별로 줄을 서서 한다.
앞쪽이 높은 띠(검정띠, 파란띠 등등) 뒤쪽이 낮은 띠(흰띠 노란띠 등..) 뒤에서 앞의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우고 따라하라는 뜻이다.
일주일에 몇 번 오는지는 본인의 체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주 3일 저녁 6시 수련시간에 참여했다. 깨끗하고 흰 도복과 흰 띠를 단정히 매면 마음가짐도 매만져 지는 듯 했다.
(수련 중에 도복이 헝클어지면 뒤쪽으로 가서 뒤로 돌아 사부님께 보이지 않게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온다)
1단 이상 고수님들의 대련시범을 보는 날은 정말 재밌고 존경스럽다.
승급 심사는 사부님께서 직접 하시는데, 그 시기는 본인이 정한다.
흰 띠인 본인이 이제 노란띠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감이 생기면 사부님께 말씀을 드린다. 그럼 2주동안 사부님은 그 사람이 정말 준비가 되었는지 집중적으로 보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신다. 그리고 언제든지 수련시간 전 후에 선배들에게 짬짬이 물어보고 보고 배울 수 있다. 모두들 너무나도 친절하게 진심으로 도와주고 가르쳐준다.
우리는 한국인인데, 독일인 사부님 덕분에 한국의 태권도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존경하는 사부님, 감사합니다.띠를 올리는데에 목적을 두고 수련을 하면 금방 질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수련이 아니라 암기일 뿐이다.
열심히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준비가 된다. 본인이 모른다 해도 내가 안다.
만약 빨리 검은띠를 따고 싶다면 다른 도장으로 가라.
나는 태권도를 오랫동안 즐겁게 하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자세를 익히며 내 몸을 단련시킨다 생각해야 한다.
- 작가: 이연재/기획자
독일과 한국에서 놀이터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쉬고 노는 곳을 연구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합니다. - 본 글은 이연재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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