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거의 모든 땅엔 이름이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어디든 인간에 의해 이름 붙여지고 바뀌길 반복하는 것이 땅의 이름, 즉 ‘지명 Ortsname’입니다.
‘구라리’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가리’ 전북 순창군 풍산면, ‘방구마을’ 광주 서구 화정동 등 실제 존재하는 한국의 재미있는 지명들입니다. 다만 한자의 뜻풀이는 들리는 바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직관적인 독일 땅의 독일어 지명들은 그 의미가 보다 명료할까요? 봄맞이 나들이 겸 주변의 특이한 지명들을 찾아 땅 이름의 기원과 간략한 역사를 쫓아가 보겠습니다.독일의 기묘한 지명 Top 10
1. Galgen 교수대
82216 Maisach, Bayern
주민이 19명에 불과한 이 작은 농촌 마을은 무슨 연유로 ‘교수대’라 불리게 됐을까요? 주민들조차 이 지명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이 마을이 속한 도시는 과거 ‘Malching’이란 이름으로 불렸으며, 이는 게르만 대이동 시대의 ‘정의의 장소 Gerichtsstätte’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르만식 정의의 심판이 이루어졌으리라 짐작되는 이 지역, 지금의 Galgen이란 마을은 아마도 공개 처형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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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undeluft 개의 숨결/공기
06868 Coswig, Sachsen-Anhalt
13세기경 이 지역엔 Burg Hundeluft 라는 이름의 성이 실제 있었다고 합니다. 성의 영주들은 대를 이어 유독 애완견을 사랑했고, 개들이 마음껏 이 지역을 뛰어놀게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역의 믿거나 말거나 전설에 의하면 영주의 개들이 주인인 땅을 Hundelauf라고 명명했으며,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오늘날 Hundeluft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3. Kotzen 구토
14715 Havelland, Brandenburg
역겨운 무언가가 이 지역 백성들을 구역질 나게 했을까요? 인구 630명의 제법 큰 마을에 위치한 Kotzen이란 지명은 슬라브어에서 유래했으며 ‘털이 많은 식물이 자라는 곳’을 의미합니다. 14세기까지 Cozym이라 불렸던 이 지역은 시간이 흐르며 독일어식 Kotzen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Kotzenerstrasse 구토인의 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식당은 특히 Schnitzel 슈니첼이 맛있다고 합니다.
4. Rostig 녹(錄)슨
01558 Großenhain, Sachsen
아름다운 수목이 우거진 이 지역에서 철광산의 흔적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명의 어원은 ‘Rost 녹’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원래 이름인 ‘Rodstok’에서 유래됐습니다. 이 녹슬어 버린 마을에서 차로 20분 거리엔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성 중 하나인 Moritzburg Castle이 주말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 Linsengericht 렌즈콩 요리
63589 Linsengericht, Hessen
이 지명의 기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중세 이전부터 렌즈콩을 많이 재배했었던 지역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요리법이 수 세기 동안 전해져 내려오며, Linsenacker 렌즈콩 밭, Linsenrain 렌즈콩 비, Linsengraben 렌즈콩 도랑과 같은 주변 지명들은 위 가설에 힘을 실어줍니다.
6. Elend 불행
01744 Dippoldiswalde, Sachsen
중세 독일어 ellende에서 유래된 Elend의 주민들은 이름처럼 비참한 삶을 살고 있진 않다고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지역이 속한 Dippoldiswald 마을은 서기 1000년경 이곳에서 살았다고 전해지는 ‘Einsiedler Dippold 은둔자 디폴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은둔자의 삶이 너무 불행하다고 느꼈던 것일까요? 그 옛날 Elend라 불리게 된 작은 마을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7. Streit 싸움/분쟁
63906 Erlenbach am Main, Bayern
이 분쟁 지역은 해발 280m에 위치한 작은 산악 마을입니다.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마을은 탁구, 혼성 합창단 등 다양한 클럽 활동 외에도 젊은이와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소방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주민 간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과거 Streit의 농부들은 경작지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인분을 밭에 뿌렸고 이웃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Mistbraater 인분 로스터’란 별명을 지어줬다고 전해집니다. 듣는 이에겐 불쾌할 수도 있는 이 별명이 지역 분쟁의 씨앗이었을까요?
8. Killer 살인자/암살자
72393 Burladingen, Baden-Württemberg
“Schon wieder : Diebe stehlen Killer-Ortsschild 또다시 도둑이 살인마 도시 표지판을 훔칩니다.”
지역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기사입니다. 킬러들의 도시가 처음 언급된 건 1255년경입니다. 고대 알레만어 ‘Kilchwilari’에서 따온 지명으로, ‘교회가 있는 작은 마을’ 이란 뜻으로 당시에는 성지순례지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이름의 유래처럼 성스러워야 할 이 마을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까지 ‘Peische 채찍’ 생산의 중심지였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습니다.
9. Ende 종말
58313 Herdecke, Nordrhein-Westfalen
세상의 종말을 고하기엔 너무나 평온하고 평범한 곳입니다. 고대부터 농작물로 세금을 걷어들이는 장소였다고 전해집니다. ‘Emnithi’라는 고대 색슨어에서 파생된 지명은 이곳이 매우 오래된 정착지임을 짐작게 합니다. 수 세기에 걸쳐 ‘Ennethe’, ‘Ennede’로 변하던 지명은 오늘날 마지막으로 ‘Ende’가 되었습니다.
10. Göttin 여신님
21514 Lauenburg, Schleswig-Holstein
항구도시 Hamburg 함부르크의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신성한 이 마을은 웹상에서조차 특별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정말 여신들만 사는 곳인지 지역 주민들의 재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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