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치료가 어려운 까닭
-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병리 기전이 시작된다.
임상적으로 이 사람이 ‘환자가 될지 안 될지 판단도 안 되는’ 먼 과거 시점에 이미 병이 시작됩니다. 뇌에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단백질 덩어리가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아밀로이드가 화학적인 변성 과정을 거치며 플라크 덩어리로 뭉쳐지고 쌓이는 과정을 흔히들 계단식 폭포(cascade)에 비유합니다. 거대한 폭포수의 흐름(최종 타우 플라크 단백질, tau plaque)을 막고 싶다면 계단의 꼭대기 시작점에서 물(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amyloid beta)이 떨어지는 것부터 막아야겠죠? 그 시점을 놓치면 뒤늦게 틀어막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치매 증상이 발현되기 한참 이전부터 이 주사를 투여해야 하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시작하면 평생 매달 투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겠죠. 또한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3상 임상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로 확진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해 뇌척수액 검사와 핵의학 영상 검사(amyloid PET, tau PET)를 하였습니다. - 과연 치매의 원인이 ‘정말로’ 아밀로이드일까? –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반발
이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20년 가까이 수많은 개발사들이 아밀로이드에 기반하여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는데, 그 시작부터 문제라면? 알츠하이머 원인이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것에 있다는 가설과 근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FDA의 고민과 논리
사실 아두카누맙은 3상 임상에서 1차 지표(primary endpoint)와 2차 지표 모두 유의미한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직 아두카누맙이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이득을 줄 거라는 유의미한 통계적 증거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자문위원회에서 전원 승인 반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하위 분석 결과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환자 보호자들과 진료 현장의 기대가 너무나 컸던 약입니다.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떠나) 워낙 치매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약과 대안이 없는 마당에, 승인이 되면 이 약을 쓰고 싶은 마음이 우선입니다. 기대가 어마어마한데, 통계적 적합성만 가지고 철퇴를 놓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FDA의 가속 승인 과정(Accelerated Approval pathway)
워낙 알츠하이머 치매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질병이며, 20년 가까이 신약이 실패한 것에 대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가 절실한 배경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리스크보다는 이득이 선회한다고 판단을 하여 가속 승인 절차를 밟았습니다.
산 넘어 산, 남은 문제들
FDA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새로운 규제 기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남겼지만,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임상 3상에서 1,2차 지표가 아닌, 3상 하위분석 결과와 2상 결과만을 가지고 승인을 하였기에 관련 업계가 이를 계속 붙잡고 늘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아밀로이드 가설만이 유일한 병인이 아닐 수도 있는데 개발자들이 거기에 계속 매달릴 수 있습니다.
- 작가: 익명의 브레인 닥터 / 의사
말보다 글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13년 차 신경과 의사입니다. 우연히 코로나 시대의 독일을 겪는 중입니다.
- 본 글은 익명의 브레인 닥터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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