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일은 역시 모르는 거다. ‘절대’라고 함부로 단정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베를린에 살기 시작한 그 해 겨울 방학 기간, 한국을 떠나오면서 한 번도 수영장에 가보지 못하고 여름과 가을을 보낸 아이를 위해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베를린 외곽으로 가면 한국의 워터 파크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 워터 파크도 있고, 도심 곳곳에도 시에서 운영하는 크고 작은 수영장들이 너무나 많아 어디든 골라 가기만 하면 됐다. 문제는 물 온도였다. 워터 파크에 가면 따뜻한 풀도 있긴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고, 공공 수영장을 가자니 겨울 날씨가 걸렸다. 그때, 이미 베를린 생활 2년째이던 친한 한국 엄마가 온천 수영장을 추천했다. 말 그대로 따뜻한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엔 아이들이 온천 수영장으로 수영하러 간다는 것. 다만, 그곳은 독일의 온천 사우나들이 대개 그러하듯 남녀 ‘누드’ 혼탕이기 때문에 ‘수영복을 입는’ 수요일에 가는 게 좋을 거라는 친절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대체로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사우나들. 실제론 대부분 ‘자연인’ 상태다. 사진=kristall saunatherme ludwigsfelde(독일 온천수영장)
나도 나지만, 처음 보는 이 상황을 아이가 어떻게 인식할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아이가 묻지 않는 이상, 먼저 대놓고 어떠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안 돌아다니고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겠지, 우리끼리 노는 데만 신경을 집중하면 눈 돌아갈 일도 없겠지, 했는데도 물속에 있는 순간조차 너무 많은 상황이 신경 쓰였다. 하다못해 자꾸 아이가 잠수한다고 물속으로 고개를 처박는 것도. 그렇게 두세 시간을 노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가기도, 시선을 피하기도 하는 상황들이 없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나올 때 즈음엔 어느덧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진에 수영복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현실은 당황스런 시추에이션이 많이 생긴다. 사진=kristall saunatherme ludwigsfelde(독일 온천 수영장) 홈페이지
<그 이후의 깨달음>
어디 온천뿐이랴. 독일에는 누드 상태로 일광욕과 수영을 할 수 있는 FKK(자유로운 나체 문화) 누드비치가 제법 많은 것을 그 해 겨울이 지나 이듬해 여름부터 역시 ‘체험적으로’ 깨달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갔다가 꽤나 유명한 FKK 호수 잔디에 펼쳐진 광경을 봤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화들짝. 덕분에(?) 이제는 산책 중에 누군가 옆에서 벌거벗고 조깅하고 있어도 그러려니 한다.
독일의 나체 문화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진짜 무엇을 상상했든 상상 그 이상.
- 작가: 어나더씽킹 in Berlin/공중파 방송작가,종합매거진 피처 에디터, 경제매거진 기자, PR에이전시 콘텐츠 디렉터,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유럽통신원 활동 중, ‘운동화에 담긴 뉴발란스 이야기’ 저자
현재 베를린에 거주. 독일의 교육 방식을 접목해 초등생 남아를 키우며 아이의 행복한 미래에 대해 고민합니다.
- 본 글은 어나더씽킹 in Berlin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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