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나가던 독일 사회적기업, 코로나19로 위기 봉착 –
- 작년 위기 딛고 일어서려는 독일 사회적기업 심층 인터뷰 –
독일의 사회적기업들이 맞이한 코로나19 전후 변화
최근 몇 년간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독일 기업들 전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를 점점 더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인식하고 있다. 독일 소비자들이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과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려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일반 기업들도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협회인 센드(SEND, Social Entrepreneurship Netzwerk Deutschland e. V.)의 2019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단체의 2/3 이상이 일반 기업과 협력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독일 내 사회적기업 설립이 많이 늘어났다. 독일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 협회인 센드(SEND: Social Entrepreneurship Netzwerk Deutschland e. V.)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211개사 중 약 89%인 188개사가 2010년부터 2019년 사이에 기업을 설립했다고 밝혔으며, 2010년 이전에 창업한 경우는11%인 23개사에 불과했다. 2018년에 사회적기업 설립건수는 42개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향후 몇 년간 사회적기업 설립이 꾸준히 늘어날 거라는 전망에는 전문가 간에 이견이 없었다. 독일 연간 사회적기업 설립 추세(1921~2019년)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되면서 오프라인 서비스에 기반을 둔 수많은 독일 사회적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4월 23일부터 5월 4일까지 센드협회(SEND)와 EBS 경영대학교(EBS Universität für Wirtschaft und Recht)가 독일 사회적기업 15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사회적기업의 약 51%가 코로나19로 인해 최대 6개월만 생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은 제품∙서비스의 판매뿐만 아니라 민간 기부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코로나19로 판매 활동과 기부금 모금 활동이 모두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는 일반 기업의 영업활동에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사업모델이 특수하며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코로나19 속 독일 사회적기업의 생존 가능기간 설문조사 결과(2020.5.8.) (단위: %) 물론 독일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 대출 확대, 직원 단축근무 관련 임금의 최대 87%까지 지불하는 단축근무 보조금 제도(Kurzarbeitergeld) 및 매출액 보전제도(Überbrückungshilfen I~III, 2020년 11월 록다운 이후 기업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액의 최대 75% 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독일 정부의 재정 지원 대상에는 비영리법인이 포함되지 않았고 많은 사회적기업이 비영리법인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센드협회는 대부분 독일 사회적기업이 그간 정부의 코로나19 기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코로나19 기업 대출 시 직원 수 10인 이상의 회사들을 위주로 지원이 가능했기에 규모가 매우 영세한 사회적기업의 경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낮았다. 둘째, 매출액 보전제도는 2019년 매출액과 비교해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므로 매출액이 적고 각종 후원금에 의존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다행히 2020년 12월 22일 독일 정부는 장애인 복지단체 및 비영리법인을 위해 총 1억 유로 규모의 ‘코로나 참여 기금(Corona-Teilhabe-Fonds)’을 마련하면서 사회적기업 및 각종 복지단체들이 처한 어려움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독일의 사회적기업들은 해당 기업 및 단체는 2021년 1월 1일부터 정부에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의 피해 내역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은 직원 수나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최대 80만 유로의 범위 내에서 고정비의 최대 90%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기존의 단축근무 보조금 등으로도 충당되지 않는 직원 인건비까지도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이처럼 비교적 최근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이 구체화된 가운데 독일의 사회적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사회적기업 2개사를 인터뷰했다.코로나19에 대처하는 독일 사회적기업 인터뷰
① 키츠베트 조합(Kiezbett-Gbr)
<기업 프로필> ㅇ 대표자: Steve Döschner, Jörg Schaaf ㅇ 설립연도: 2016년 ㅇ 종업원 수: 6명 ㅇ 2019년 매출액: 375,000유로 ㅇ 기업유형: 제조업(침대 판매) ㅇ 기업 홈페이지: Q1.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1. Kiezbett는 노동자 인권 문제 개선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고심하던 가운데 탄생한 침대 제조기업입니다. 현재 많은 남반구의 국가들에서 노동자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독일에서도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많은 자원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환경 파괴도 계속되는 실정이지요. Kiezbett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람과 자연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Q2. Kiezbett는 사업 초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셨나요? A2. 지속 가능하면서도 이익 창출까지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기업 및 기관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지역 기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문제없이 침대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었습니다. 배송 담당 파트너사인 벨로기스타(Velogista)가 파산했을 때 다시금 어려움에 직면했고 그 후 새로운 파트너인 사이클 로지스틱(Cycle Logistic)과 협력할 때에는 업체의 파산을 막기 위해 배송비를 인상해주기도 했습니다. Q3. 코로나19는 Kiezbett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코로나19에 따른 적합한 비즈니스 전략이 별도로 필요했나요? A3. 저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침대를 제조하고 판매를 하면서도 동시에 모금단체와 협력해 장애인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왔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산림청 및 시내 학교와 협력해 매년 나무를 심는 활동을 통해 환경 교육에 앞장서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러한 공익 활동에 큰 제약이 발생했고 지역 운송 파트너와의 협력에 차질이 생겨 저희 제품의 배송 기간이 일시적으로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러한 배송 문제는 해결됐지만 저희 회사 쇼룸(showroom)을 록다운 기간 닫아야만 했기에 제품 홍보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원래 쇼룸을 통한 홍보 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디지털화 전략은 세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프라인 비중이 큰 사회적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저희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을 거라 생각합니다.② 크바티어마이스터-바른 소비 유한회사 (Quartiermeister-Korrekter Konsum GmbH)
<기업 프로필> ㅇ 대표자: Peter Eckert, David Griedelbach ㅇ 설립연도: 2015년(2010년 자원 봉사로 시작) ㅇ 종업원 수: 11명 ㅇ 2019년 매출액: 1,000,000유로 ㅇ 기업유형: 제조업 (맥주 생산 판매) ㅇ 기업 홈페이지: Q1. Quartiermeister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A1. 저희는 공정한 과정을 제조된 지역 특화 소비재를 생산해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독일인에게 친숙한 맥주를 선택하게 된 것이지요. Q2. Quartiermeister의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2. Quartiermeister는 대외적으로나 회사 내부적으로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수익에만 초점을 두는게 아니라 공익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배송으로 인한 CO2 발생을 줄이는 등 환경 지속가능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급망을 지역에만 한정하고 지역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Quartiermeister는 맥주 판매 시 1병당 10센트씩 기부를 하는데, 모아둔 기부금을 어떤 프로젝트에 지원할 지를 웹사이트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객과 함께 선택하고 기부를 실행합니다. Quartiermeister는 한 지역에서 어떤 주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독일 전역에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후원을 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수직적인 지휘체계가 아니라 직원들 간 활발한 의견개진을 통해 모든 사안에 대해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3. 코로나19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A3.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 4월부터 단축근무와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동시에 정부 보조금을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회사는 대부분의 사회적기업과 달리 국책은행인 독일 재건은행(KfW)의 중소기업 대상 긴급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원래 연간 매출의 80%가 술집과 식당에 집중되는 요식업계에 속하지만 코로나19로 록다운이 발생한 후 슈퍼마켓과 유기농 식품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의 입지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어려움에 봉착해 맥주 판매를 통한 복지 기금마련 프로젝트를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기부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저희는 뜻이 맞는 다른 베를린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온라인 마켓 ‘스테이홈 클럽(Stay Home Club, //www.stayhomeclub-berlin.de/)’을 설립했습니다. 스테이홈 클럽은 베를린 지역의 공동 온라인 상점이며, 결제 시마다 10센트씩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베를린 요식업계에 기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점점 더 많은 독일 도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Q4. Quartiermeister는 다양한 사회적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요. 혹시, 독일 사회적기업들이 대체적으로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4. 코로나19로 입은 피해의 정도는 독일 사회적기업들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모델의 디지털화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각 기업이 어떤 영업 채널을 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됩니다. 다만, 요식업계 업황과 상관관계가 높은 사업모델을 가진 다수의 사회적기업들은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입고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Q5. 2021년의 구체적인 계획은? A5. 저희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슈퍼마켓과 유기농 식품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의 입지 확대에 더 주력하고 함부르크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올해에도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온라인 마켓 스테이홈 클럽도 개설했기에 2021년은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현재의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략을 잘 사용한다면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전망 및 시사점
Kiezbett와 Quartiermeister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비교적 잘 극복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Kiezbett는 지역 기반의 밸류체인을 통해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기업의 성공 전략의 핵심은 온라인 상거래의 유통 채널, 지역별 초점 및 질이 좋은 제품에 있다. Quartiermeister는 록다운 속 요식업계 대상 매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록다운에서 제회된 슈퍼마켓과 유기농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늘려 매출액 감소에 대응할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금 모금 활동을 이어나갔던 Quartiermeister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해야 할 공익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는 독일, 한국 등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을 추구하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는 독일 사회적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자료: Handelsblatt, 독일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 협회(SEND), KfW, EBS 경영대학교(EBS Universität für Wirtschaft und Recht), Handelsjournal, Rundschau für Lebensmittelhandel, 독일연방노동사회복지부(BMAS),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BMWi), 픽사베이(Pixabay) 및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자료 종합-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