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독일 인턴 이야기
예상치 못한 꿈같았던 기회
다시 베를린으로 올라와 이수해야 하는 과목들을 들으면서 나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수가 나와 같이 이미 첫 번째 의무 인턴과정을 마친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대부분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비엠더블유 그리고 포르셰와 같은 완성차 회사 본사에서 의무 인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았는데 문득 그 친구들은 독일 사람이니까 그렇게 좋은 완성차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거겠지? 나보다 성적이 좋고 독일 사람이라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으니까 기회를 얻었던 거겠지 하는 어쩌면 좀 당연한 생각들을 하던 중에 나는 정말 안 되는 걸까? 나는 그런 완성차 회사 본사에서 인턴의 경험을 정말 얻지 못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인턴과정을 했음에도 다시 인턴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이번에는 내가 정말 경험해보고 싶은 회사들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그리고 비엠더블유에만 지원을 해보았다.
그렇게 지원을 마치고 수업을 듣던 어느 날 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다임러 AG에서 Mercedes-Benz Van 사업부의 기술개발 부서에 한 담당자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통화를 했는데 그 담당자는 나에게 내가 지원한 인턴 지원서가 아직 유효한지 혹은 내가 그 사이에 이미 다른 자리를 찾았는지 물었다. 나는 그 자리 지원서는 아직 유효하고 나는 아직도 그 인턴 자리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에게 2주일 뒤에 면접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전화상으로 면접 날짜를 잡았다. 다임러 그룹은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가 속한 자동차 그룹으로 내가 너무 가보고 싶었고 일해보고 싶은 회사였다. 그랬기에 첫 번째 인턴도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회사에 지원했던 것이다. 면접날을 기다리며 첫 번째 인턴을 위해 면접을 준비했을 때와는 다르게 긴장감보다는 기대가 컸고 이전보다 자신감도 더 있었다. 아마 인턴과정을 이미 경험해보았고 면접의 형태나 어떤 질문들이 오갈 수 있는지 이미 경험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너무 경험해보고 싶은 회사이고 정말 간절히 되길 바랬지만 혹 떨어지더라도 내가 학업을 마치기 위해 필요한 의무 인턴과정은 이미 마쳤기에 내 학업을 진행해 나가고 졸업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긴장감이 덜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간절함이 덜하진 않았다. 면접은 첫 번째 인턴 때와는 다르게 너무 편안하게 진행되었고 심지어 이번에는 팀장도 부팀장도 아닌 한 직원과 면접을 했는데 그 직원이 결국 나의 인턴 멘토였고 그 사람이 학생 인력이 필요했기에 회사를 통해 인턴 채용을 신청했던 것이었다. 처음 인턴을 했던 작은 자회사보다 본사의 인턴 채용면접이 오히려 더 편안했고 쉬웠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려운 질문도 난해한 질문도 없었던 면접을 마치고 나를 배웅하던 그 직원은 며칠 안되어 계약서가 갈 거라고 말하며 이미 채용되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임러 그룹 인턴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다임러 그룹의 인턴 월급은 내가 처음 인턴을 지낸 자회사보다 250유로가 많은 900유로였다. 그러나 다임러 그룹에서 했던 인턴은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인턴 (Pflicht Praktikum)이 아닌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추가적인 인턴 (freiwilliges Praktikum)이었기에 세금을 내야 했다. 학생 신분의 세금이 아주 센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은 돈도 아쉬운 유학생에게 세금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가보고 싶었던 회사 내가 독일 땅에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 내겐 정말 큰 행운이었고 회사의 역사를 간략한 게 소개한 멋진 책자와 함께 전달된 계약서를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다. 내가 두 번째 인턴으로 일하게 된 곳은 슈투트가르트에서 북쪽으로 대략 150km 정도 떨어진 만하임이라는 도시에 있는 Mercedes-Benz Vans 사업부에 친환경 시스템 개발 부서였다. 이 부서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Van모델인 Vito (현재의 V 클래스)와 Sprinter모델에 적용되는 친환경 동력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나는 그곳에서 인턴을 하며 천연가스 탱크와 전기동력시스템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받치는 부품의 설계를 위해 투입되었다. 만하임에 위치한 다임러 그룹의 기술개발 센터는 내가 있었던 Van 기술개발 부서뿐만 아니라 버스와 트럭 기술개발 부서도 있었으며 그 외에도 버스가 생산되는 생산공장 그리고 커단 란 용광로 시설을 겸비한 주물공장 등이 위치해있어 그 규모는 정말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있으면서도 모든 곳을 다 돌아보지 못했다. 이렇게 공장의 규모가 컸기에 점심시간이면 회사 식당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고 사무실에 돌아올 때면 엄청난 규모의 공장 내부를 지나 돌아와야 했다.
부서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우리 부서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모두가 가족처럼 지내며 서로의 가족 이야기를 아침에 빵과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레 나누는 분위기였다. 여전히 말이 서툴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을 하며 지내던 나에게도 모두가 서스름 없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첫 번째 인턴을 했을 때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리고 생일 때 그리고 회사를 나갈 때 본인이 빵과 케이크 등을 대접하는 문화를 처음 배웠는데 다임러에서 인턴을 하면서도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이 부서에서는 정말 매일 아침 부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사내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같이 먹었는데 보통 대부분 버터가 발라진 브레쩰을 먹었다. Butterbrezel이라고 불리는데 이 빵은 독일 남부 지역에서 또 특히 남서부 독일 (Südwest Deutschland)인 바덴 뷔어템 베르크 (Baden-Württemberg) 주에서 주로 아침으로 먹는 빵이다. 나도 이 부서에서 인턴을 하며 아침마다 동료들을 따라 이 빵을 먹었는데 지금까지도 아침에 거의 매일 이 빵을 먹는다. 마치 중독된 것과 같이 아침이면 이 빵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 부서에서는 매주 금요일 아침에는 버터가 발라져 있지 않은 그냥 Brezel에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에서 유명한 흰 소시지(Weißwurst)를 먹었는데 매달 부서 모든 사람들이 일정 금액을 회비처럼 내고 매주 흰 소시지와 빵을 사서 부서 사무실에 있는 부엌에 모여 함께 먹었다. 그리고 매주 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인턴인 내가 했던 일중에 하나이다. 회비를 모아 두고 매주 목요일 마트에서 소시지를 사고 아침에 출근하며 브레쩰을 사 가지고 와서 금요일 아침에 함께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 이 아침 식사는 뮌헨 출신의 한 동료가 제안하여 매주 이뤄지고 있었는데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주에서 흔히 아침으로 먹는 것이라고 들었다. 가끔 바이에른 주를 가게 되면 나도 꼭 이 흰 소시지에 브레쩰을 사 먹는데 그때마다 다임러에서 인턴 했을 때를 추억하게 된다.
다임러에서 인턴을 하며 내가 맡은 주 과제는 메르세데스 벤츠 Van모델에 들어갈 배터리와 천연가스 탱크를 받치는 구조물 설계였다. 이 설계를 위해 인턴으로 뽑혔고 계약된 기간인 6개월 동안 이 부품을 설계하는 것이 내 인턴과정의 과제이자 목표였다. 이전에 첫 번째 인턴과정을 통해 이미 CAD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부품을 설계하고 직접 생산되게끔 해보았기에 그러한 경험과 그때의 과정을 떠올리며 일을 진행할 수 있었고 다임러 그룹 안에 속한 모든 회사가 같은 CAD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3D로 모델을 설계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않았고 해보지 않았던 설계모델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실험 등도 내게 주어진 과제였기에 마냥 쉽지는 않았다. 이때 인턴을 하면 무엇보다 재밌었던 건 내가 일하던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부품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장이 있었고 내가 설계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동료와 함께 살펴보며 논의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재밌고 내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인턴기간 내내 내가 맡은 부품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으로 검사하고 실험을 통해 또 부품의 안정성 등을 확인하고 마지막에 팀장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으로 다임러 그룹에서의 나의 인턴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턴계약 만료를 1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팀장으로부터 우리 부서에 졸업논문으로 쓸만한 좋은 주제와 연구과제가 있는데 계속 남아 내 학사 졸업논문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부서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과제 3가지를 보여주고 나에게 주제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그중 CAD 설계와 관련이 없는 주제 하나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CAD 설계외에 다른 일도 배워보고 싶었고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꿈같이 찾아온 인턴생활의 끝자락에서 다임러그룹에서 졸업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어쩌면 이때 내 마음이 벌써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졸업논문 이후에 잘하면 이 부서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에…
- 작가: Eins / 아우디 회사원
직접 경험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는 중입니다.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독일로 와서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꿈꾸듯 살아가는 중 - 본 글은 Eins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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