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랬다. 접수처에서 안내하는 곳으로 가니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안과 접수실은 문을 닫았고, 대기하는 환자 한 사람만이 있었다. 그녀는 의사가 기다리라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방법이 있나. 1시간 지나 의사 등장.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내면 나만 손해다. 우리 다음에도 두 명의 환자가 더 와서 대기 중이었다. 오후 6시에서 오후 7시까지 대기. 진료 사이에도 절반 이상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나의 감동 포인트는 거기에 있었다. 젊은 여의사와 젊은 인턴은 시력 검사부터 몇 가지 검사를 차근차근 진행했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교수와 전화로 상담해 보겠다고 했고, 한참 뒤 결과를 알려주었다. 진료가 끝난 시각은 저녁 9시. 한 명의 환자를 위해 2시간을 소비했다. 느리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었다.
그 밖에도 항암의 부작용은 더 있다. 머리카락에 비해 속눈썹과 눈썹은 제법 빠졌다. 눈썹 문신을 하고 올 걸 그랬나. 눈썹을 그려본 적이 없어서 잘 그릴 자신이 없다.
오른쪽 입 안이 헌 적이 있는데, 이번 주에는 왼쪽도 헐었다. 코피는 한 번 난 적이 있다. 한 달에 두어 번 불면증도 있고. 항암을 하고 온 날에 주로 그렇다. 항암을 하고 와서 오후에 잠을 자서 그런가. 그런 날에는 뒤척임을 포기하고 책을 읽는다. 그런 밤도 나쁘지 않다. 내 항암을 돌보느라 몸살이 났던 언니의 상태도 차츰 좋아지고 있다. 입술이 부르튼 것은 완전히 낫지는 않고 시간이 걸릴 듯하다. 반면 눈 다래끼는 차도가 있어 육안으로는 표가 나지 않는다.
- 작가: 뮌헨의 마리
뮌헨에 살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북 <프롬 뮤니히><디어 뮤니히><뮌헨의 편지> 등이 있습니다.
- 본 글은 마리 오 작가님께서 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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